[특집-정보기관 활동] 27. 한미 FTA 협상과 국익 보호를 위한 방안... 자화자찬보다 협상 과정에서 교훈 찾아 미래 대비해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대응하려면 체계적 전략 수립 필요... 2007년 한미FTA 협상에서 교훈 찾아야
1980년대 이후 자유무역협정(FTA) 기조가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막대한 국가부채와 무역적자로 신음하는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전쟁을 밀어부쳤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극렬 지지자의 요구를 수용하며 서유럽 국가, 일본, 한국, 캐나다 등 주요 우방국마저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공화당의 보수 정치인조차도 변화무쌍(變化無雙)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에 대해 혀를 내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유일 군사강대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을 추진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제는 군사력이나 외교력과 연관성이 낮으며 기업과 같은 시장 참여자의 동참 노력과 혁신에 따라 성장하기 때문이다.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대응하려면 체계적 전략 수립 필요... 2007년 한미FTA 협상에서 교훈 찾아야
2025년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동년 10월29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미국과 관세를 타결했다고 밝혔었다.
미국에 연간 US$ 2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는 조건으로 기존에 예고했던 25%를 15%로 낮췄다. 구두 협상만으로 양보를 끌어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조선,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원자력 등 전략산업에 투자할 US$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1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이 해군력을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산업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우리나라에 'SOS' 긴급 구조신호를 보냈다. 군함이나 잠수함의 건조, 유지보수(MRO)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이른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불리는 프로젝트를 위해 한화그룹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문제는 미국 내에서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하며 부품을 공급할 협력업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9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공장을 짓기 위해 기술자를 파견했다가 체포·구금되는 상황을 겪었다. 한국 정부가 협상에 나서 큰 충돌없이 수습했지만 후유증은 컸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이민단속국(ICE)를 동원해 불법체류자 뿐 아니라 합법적인 거주자도 서류 미비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체포해 추방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멕시코에 국경장벽을 설치해 밀입국을 방지하자던 정책에서 한발 더 앞서나간 것이다.
이민자는 미국 경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거리의 청소부터 시작해 건설, 제조, 서비스업 등 저임금 노동을 제공하므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를 추방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고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고 주장한다. 추방 대상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태와 갈등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2026년 1월24일 미네소타주에서 이민단속국 요원의 총격에 의해 일반 시민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며 반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단속 권한을 두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대립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미국 내부의 혼란 상황을 지켜보는 외부의 시선도 차가워 트럼프 행정부는 곤속스러워하고 있다. 네덜란드령 그린란드의 소유권을 두고 대립하며 영국, 프랑스, 독일과도 관계가 소원해졌다.
2026년 1월3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국가이지만 미국 석유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국유화한 후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미국 회사가 물러간 자리에 중국 자본이 침투해 이권을 독차지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 등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에 석유를 원조해 정권을 뒷받침하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찌되었건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에 충만해 그린란드, 캐나다 등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맹방인 한국과 일본에도 관세 카드로 압박하고 있다.
급기야 2026년 1월27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에서 이른바 '대미투자법'을 제정하지 않았다며 관세를 다시 인상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이 너무 느리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국회는 2026년 2월 중 관련 법을 제정하겠다고 반응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인상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무역협상이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어렵게 타결한 한미FTA 협상 과정에 대한 글을 다시 읽어본 이유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국민 모두가 합심해 난국을 헤체나가길 기대해본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7년 4월 6일 작성한 칼럼 소개... 자화자찬보다 협상 과정에서 교훈 찾아 미래 대비해야
2007년 4월 2일은 한국민 모두에게 한동안 기억될 날이다. 오랫동안 맹방의 관계를 유지하다가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관계가 소원해진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합의한 날이기 때문이다.
아직 양국 대통령의 서명과 국회 비준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큰 걸림돌이 없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연일 TV와 신문에서 한미 FTA의 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그동안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국 협상단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 체제하에서 자유무역은 대세이며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실제 국가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협상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고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양자가 자신이 유리한 부문을 차지하고 덜 중요한 부문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협상하므로 결과를 서로 다르게 평가할 수가 있다.
언론은 연일 우리 협상단이 국익을 위해 어떤 협상 전략을 사용했는지 등에 관해 시시콜콜 보도하고 있다. 다수 국민이 우리 협상단의 기지(機智)에 박수를 보내고 관심을 표명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국가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협상단의 구성원도 자신이 인기에 영합하고 공명심에 취해 있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면 언론의 관심을 끄는 흥미 위주의 발언을 삼가야 한다.
치열한 협상 과정에서 무엇이 국가이익을 보호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가볍게 처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에게 몇 마디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의 중대한 협약에 대한 협상 전략은 국가비밀이며 국가자산으로 관리돼야 한다. 국가의 중대사는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뿐만 아니라 외교협상, 군사 협상 등 다양하므로 협상전략도 국가자산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협상에서 배운 교훈, 즉 우수했던 점, 부족했던 점을 면밀하게 검토해 기록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 향후 중요한 사안을 협상할 협상단이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중요한 국가 대사의 협상에서 준비 소홀과 협상 전략 부재로 국가이익이 침해된 수많은 경험을 잊지 않아야 하며 되풀이해서도 안 된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국가의 미래는 밝지 않다.
둘째, 그동안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 했던 협상 상대방에 대해 배려와 존중을 하는 동업자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많은 것을 쟁취했고 상대가 우둔했다’는 식의 발언이나 평가는 삼가야 한다. 상대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표현이며 상대 국가의 국민을 분노케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단도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있는 공무원이고 자국의 국익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처지다. 분명하게 미국에게 유리하고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도 다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 어설픈 자만과 쇼맨십에 묻혀버리고 재협상이나 협상 거부 운동으로 이어진다면 양국의 협상 대표와 구성원이 그 비난을 떠안아야 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국내 언론의 과대망상(誇大妄想)적 표현과 흥미 위주의 보도로 미국에서 협상단에 대한 비난과 재협상 요구나 추가 이행조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협상 과정과 결론도 중요하지만 실제 국가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와 실천이 필요하다. 협상 문구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각 산업별로 대처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당연히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업계대표,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전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장기적으로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이익을 보는 업종도 있을 것이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거나 종국적으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분야도 있다. 그동안 법률의 보호나 업체 간 담합으로 편안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돈을 벌던 산업이 줄어들 것이다.
기업 운영이 투명해지고 소비자 보호를 중시해야 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기업 경영자는 불투명 경영으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국가전략과 국가이익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인이 선거를 의식해 무조건 특정 업종을 무한정 보호한다거나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산업에 퍼주기식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FTA를 반대하거나 편협한 애국심만 외치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국가경쟁력도 약화된다. 어차피 한국은 국가경제를 유지할 충분한 지하자원도 없으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식량자원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력자원과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와 무역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차례다.
그동안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협상안을 도출해낸 양국의 협상단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감사를 전한다. 한미 양국이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이끌 협력자로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 계속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극렬 지지자의 요구를 수용하며 서유럽 국가, 일본, 한국, 캐나다 등 주요 우방국마저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공화당의 보수 정치인조차도 변화무쌍(變化無雙)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에 대해 혀를 내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유일 군사강대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을 추진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제는 군사력이나 외교력과 연관성이 낮으며 기업과 같은 시장 참여자의 동참 노력과 혁신에 따라 성장하기 때문이다.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대응하려면 체계적 전략 수립 필요... 2007년 한미FTA 협상에서 교훈 찾아야
2025년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동년 10월29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미국과 관세를 타결했다고 밝혔었다.
미국에 연간 US$ 2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는 조건으로 기존에 예고했던 25%를 15%로 낮췄다. 구두 협상만으로 양보를 끌어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조선,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원자력 등 전략산업에 투자할 US$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1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이 해군력을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산업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우리나라에 'SOS' 긴급 구조신호를 보냈다. 군함이나 잠수함의 건조, 유지보수(MRO)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이른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불리는 프로젝트를 위해 한화그룹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문제는 미국 내에서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하며 부품을 공급할 협력업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9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공장을 짓기 위해 기술자를 파견했다가 체포·구금되는 상황을 겪었다. 한국 정부가 협상에 나서 큰 충돌없이 수습했지만 후유증은 컸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이민단속국(ICE)를 동원해 불법체류자 뿐 아니라 합법적인 거주자도 서류 미비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체포해 추방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멕시코에 국경장벽을 설치해 밀입국을 방지하자던 정책에서 한발 더 앞서나간 것이다.
이민자는 미국 경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거리의 청소부터 시작해 건설, 제조, 서비스업 등 저임금 노동을 제공하므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를 추방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고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고 주장한다. 추방 대상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태와 갈등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2026년 1월24일 미네소타주에서 이민단속국 요원의 총격에 의해 일반 시민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며 반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단속 권한을 두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대립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미국 내부의 혼란 상황을 지켜보는 외부의 시선도 차가워 트럼프 행정부는 곤속스러워하고 있다. 네덜란드령 그린란드의 소유권을 두고 대립하며 영국, 프랑스, 독일과도 관계가 소원해졌다.
2026년 1월3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국가이지만 미국 석유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국유화한 후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미국 회사가 물러간 자리에 중국 자본이 침투해 이권을 독차지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 등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에 석유를 원조해 정권을 뒷받침하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찌되었건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에 충만해 그린란드, 캐나다 등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맹방인 한국과 일본에도 관세 카드로 압박하고 있다.
급기야 2026년 1월27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에서 이른바 '대미투자법'을 제정하지 않았다며 관세를 다시 인상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이 너무 느리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국회는 2026년 2월 중 관련 법을 제정하겠다고 반응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인상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무역협상이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어렵게 타결한 한미FTA 협상 과정에 대한 글을 다시 읽어본 이유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국민 모두가 합심해 난국을 헤체나가길 기대해본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7년 4월 6일 작성한 칼럼 소개... 자화자찬보다 협상 과정에서 교훈 찾아 미래 대비해야
2007년 4월 2일은 한국민 모두에게 한동안 기억될 날이다. 오랫동안 맹방의 관계를 유지하다가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관계가 소원해진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합의한 날이기 때문이다.
아직 양국 대통령의 서명과 국회 비준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큰 걸림돌이 없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연일 TV와 신문에서 한미 FTA의 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그동안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국 협상단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 체제하에서 자유무역은 대세이며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실제 국가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협상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고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양자가 자신이 유리한 부문을 차지하고 덜 중요한 부문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협상하므로 결과를 서로 다르게 평가할 수가 있다.
언론은 연일 우리 협상단이 국익을 위해 어떤 협상 전략을 사용했는지 등에 관해 시시콜콜 보도하고 있다. 다수 국민이 우리 협상단의 기지(機智)에 박수를 보내고 관심을 표명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국가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협상단의 구성원도 자신이 인기에 영합하고 공명심에 취해 있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면 언론의 관심을 끄는 흥미 위주의 발언을 삼가야 한다.
치열한 협상 과정에서 무엇이 국가이익을 보호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가볍게 처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에게 몇 마디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의 중대한 협약에 대한 협상 전략은 국가비밀이며 국가자산으로 관리돼야 한다. 국가의 중대사는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뿐만 아니라 외교협상, 군사 협상 등 다양하므로 협상전략도 국가자산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협상에서 배운 교훈, 즉 우수했던 점, 부족했던 점을 면밀하게 검토해 기록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 향후 중요한 사안을 협상할 협상단이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중요한 국가 대사의 협상에서 준비 소홀과 협상 전략 부재로 국가이익이 침해된 수많은 경험을 잊지 않아야 하며 되풀이해서도 안 된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국가의 미래는 밝지 않다.
둘째, 그동안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 했던 협상 상대방에 대해 배려와 존중을 하는 동업자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많은 것을 쟁취했고 상대가 우둔했다’는 식의 발언이나 평가는 삼가야 한다. 상대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표현이며 상대 국가의 국민을 분노케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단도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있는 공무원이고 자국의 국익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처지다. 분명하게 미국에게 유리하고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도 다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 어설픈 자만과 쇼맨십에 묻혀버리고 재협상이나 협상 거부 운동으로 이어진다면 양국의 협상 대표와 구성원이 그 비난을 떠안아야 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국내 언론의 과대망상(誇大妄想)적 표현과 흥미 위주의 보도로 미국에서 협상단에 대한 비난과 재협상 요구나 추가 이행조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협상 과정과 결론도 중요하지만 실제 국가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와 실천이 필요하다. 협상 문구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각 산업별로 대처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당연히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업계대표,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전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장기적으로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이익을 보는 업종도 있을 것이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거나 종국적으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분야도 있다. 그동안 법률의 보호나 업체 간 담합으로 편안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돈을 벌던 산업이 줄어들 것이다.
기업 운영이 투명해지고 소비자 보호를 중시해야 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기업 경영자는 불투명 경영으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국가전략과 국가이익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인이 선거를 의식해 무조건 특정 업종을 무한정 보호한다거나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산업에 퍼주기식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FTA를 반대하거나 편협한 애국심만 외치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국가경쟁력도 약화된다. 어차피 한국은 국가경제를 유지할 충분한 지하자원도 없으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식량자원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력자원과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와 무역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차례다.
그동안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협상안을 도출해낸 양국의 협상단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감사를 전한다. 한미 양국이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이끌 협력자로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 계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