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24. 노량진 학원가마저 쇠락… 지역경제 구심점 ‘휘청’
미래 먹거리 과학기술 공약 ‘0’ 경제도 1.9% 불과, 부동산 개발보다 소프트파워 키워야 성장 가능
민진규 대기자
2022-11-21
유럽에서 터진 세계 1~2차 대전에 참전한 이후 경찰국가로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은 해외 전쟁에서 생긴 실종·사망자를 끝까지 책임진다. 6·25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북한에 억류된 후 사망한 군인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이들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해 업적을 기린다.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 등 호국영령을 모신 국립묘지다. 6·25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군인을 위한 묘지로 조성됐다가 1965년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서울현충원에는 타계한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묻혀 있다.

동작구는 서울현충원이라는 위대한 역사 유산을 품고 있지만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6·1 지방선거에서 동작구청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진보와 보수 정당이 치열하게 접전 중

역대 민선 동작구청장은 김기옥·김우중·문충실·이창우·박일하다. 김기옥·문충실·이창우는 진보 정당, 김우중·박일하는 진보 정당 소속이다. 민선1기 김기옥은 전라남도청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시작해 관선으로 26대 전라북도 무안군수·31대 전남 순천시장을 지냈다. 1998년 상대 후보를 무고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2·3·4기 김우중은 기업가 출신이며 1996년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자유민주연합은 1995년 충청의 맹주를 자처한 김종필이 창당했다. 5기 문충실은 육군사관학교 졸업했으며 소령으로 예편한 후 서울시 마포구·동대문구에서 부구청장을 지냈다.

6·7기 이창우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으며 2014년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중 최연소로 당선됐다. 8기 박일하는 철도청 공무원을 거쳐 국토교통부 광역도시철도과장·철도정책과장·물류시설정보과장을 지냈다.

6·1 지방선거에서 동작구청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박일하는 더불어민주당 오영수와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우선 박일하는 5대 공약으로 △노량진 민자 역사 착공 및 신안산선 대림삼거리역 출입구 추가 신설 △재산세·종부세 2020년 수준으로 감면 △여성 임신·출산 관련 비용 전액 지원 △경로당 시설 현대화 지원 사업 및 장애인 전용 종합복지관 건립 △흑석 고등학교 신설 및 국제학교급 외국어 타운 조성 등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오영수의 공약은 △노량진 역사 일대 철도 지하화를 통한 현대화 종합개발 △흑석동 고등학교 반드시 유치 △사당동 공공복지 청사 건립 △보라매공원 복합문화공간 조성 △신안산선 대림삼거리역 추가 설치 등으로 부동산 개발 공약이 대부분이다.


▲ 서울시 동작구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사회 공약 73% vs 과학기술 공약 0%

8기에 당선된 박 구청장이 선거공보물과 홈페이지에 공개한 10대 공약은 △상업지역·준주거지역 대폭 확대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여성 임신·출산 관련 비용 전액 지원 △재산세·종부세 2020년 수준으로 감면 조치 △고등학교 추가 신설 및 국제학교급 외국어타운 조성 등으로 일치했다.

선거공보물은 57개 세부공약과 권역별 76개 공약 등 총 133개를 포함한다. 반면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약은 도시의 가치(29)·사람의 가치(28)·생활의 가치(34)·역사문화의 가치(17) 등 4대 목표·108개 세부과제로 축소됐다.

국정연은 박 구청장이 홈페이지에 올린 세부 공약 108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10)·경제(2)·사회(79)·문화(17)·과학기술(0)로 구성됐다. 사회 공약은 73.1%로 정치 공약 9.3%·공약 15.7% 대비 많았다.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없으며 경제 공약도 1.9%에 불과했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공동주택 재건축 추진 지원 △서부선 조기 착공 협조 △기존 상업지역 중심 용도지역 상향 추진 △재건축·재개발 지원 컨설팅을 위한 법인설립 △사회적 경제 지원센터 민간위탁 운영 △재산세·종합부동산세 2020년 수준으로 감면(1가구 1주택) △청렴문화 제고 방안 마련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청년 유니콘 기업 메카 조성 △D-커머스 스테이션(D-Commerce Station·동작상거래 지원센터) 설치 등으로 단출하다.

셋째, 사회 공약은 △노량진 민자역사 2023년까지 착공 △아동학대 대응체계 구축 △시니어 행복 지원체계 구축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도시안전 방재시설 확충 추진 △침수 취약지역 해소를 위한 사업 추진 △동물이 행복해서 주민도 즐거운 동작 △흑석동 배수펌프장 이전 및 한강 수변공원 신설 추진 등으로 대부분 주민복지와 연관돼 있다.

넷째, 문화 공약은 △국제학교급 외국어타운 유치 △용양봉저정·효사정 연계 세계적 관광명소 개발 추진

△한강으로 열린 동작 '워터프론트 마스터플랜' 수립 △e스포츠(LOL) 세계대회장 유치 △영상문화콘텐츠 제작 복합단지 유치 △동별로 예술공연장 마련 및 정기 문화공연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하나도 없다. 

◇ 노량진 학원가 활성화로 지역경제 복원해야

박 구청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18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 공약 중 청년 유니콘 기업 메카 조성은 동작구의 기업 인프라를 고려할 때 달성 가능성이 매우 낮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360억 원) 이상이고 창업한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국내 유니콘 기업은 지난해 대비 5곳 늘어 23개사뿐이다. 특히 미국 씨비인사이트(CB Insights)가 선정한 기업은 15개로 국내 기준에 비해 8개가 적다. 이처럼 유니콘 기업은 단순히 창업을 지원한다고 쉽게 육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동작구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16점을 획득했다. 문화 공약 중 e스포츠(LOL) 세계대회장 유치도 동작구에 e스포츠를 진흥할 인프라를 갖췄는지부터 진단해야 한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OGN e스타디움은 435억 원의 세금을 투입했지만 올해 초 아프리카 TV에 운영권을 넘겼다.

부산광역시·대전광역시·광주광역시는 이미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2024년 개장을 목표로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짓고 있다. 6·1 지방선거 때 충청남도·제주도·경기도 광주시·울산광역시 남구 등도 e스포츠 경기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18점을 받았다. 사회 공약 중 아동학대 대응체계 및 시니어 행복 지원체계 구축 공약은 구체성이 없으며 추상적이다.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와 방재시설 확충 추진도 모호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8점을 획득했다. 문화 공약 중 영상문화콘텐츠 제작 복합단지 유치는 예산만 투입하면 가능하겠지만 △인천광역시 청라지구 영상·문화 복합단지 △부천시의 영상문화산업단지 △서울 상암동의 디지털미디어시티(DMC)와 어떻게 차별화해 운영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15점을 받았다. 문화 공약 중 국제학교급 외국어타운 유치도 동작구민의 복리를 위해 시급하게 필요한 공약인지 의심스럽다.

종합적으로 박 구청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108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85점으로 달성률은 34.0%에 불과하다. 동작구는 노량진에 있는 학원을 제외하면 변변한 상업시설도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침체된 노량진 학원가를 살릴 방안부터 찾아야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판단된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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