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34. 미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한 시대와 상황이 다르다는 인식 중요
이명박정부의 소고기 협상 전략 실패의 교훈과 과제... 미국의 정책을 반대하지 않으며 협력하는 방법 선택해야
민진규 대기자
2026-03-29
2026년 2월28일 시작한 이란 전쟁이 한달을 넘기면서 장기전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리비아 전쟁 등을 겪으며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었다.

첨단 무기를 기반으로 한 우월적인 군사력을 투사해 단기간에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장에서 철수한 것 굴욕감마저 안겨줬다. 특히 민간인 학살이나 군 사상자의 발생은 미국민의 입장에서 용납하기 어려웠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시작하며 동맹국의 협조를 받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을 꿈꿨다. 전쟁 초반에 정밀 폭격을 활용해 기선을 제압한 후 유럽과 일본, 한국 등의 국가를 동원해 뒷치닥거리를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자비한 폭격과 지도부 살상에도 표면적인 이란의 저항의지는 약화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유조선의 통행 위협은 글로벌 석유 시장에 암운을 던졌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해 주요 국가에 파병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한국의 입장에서 봐야 할 이슈는 다음과 같다.

◇ 미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한 시대와 상황이 다르다는 인식 중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3월14일 이란이 통행을 위협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 항행을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동맹국의 파병을 요구했다. 대상국은 영국·프랑스·중국·일본·한국 등 5개 국가를 특별히 지목했다.

특히 중국·일본·한국은 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때문에 통행 제한을 하루빨리 해결하길 원한다.

중국은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므로 자국 유조선의 안전을 위해 군함을 보낼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란 정부도 중국 국적의 선박은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이란과 협상을 통해 자국산 유조선은 방해를 받지 않고 통행할 수 있다며 자국의 군함을 보내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주장했다. 자위대의 해외 파병은 헌법이나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이른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선택하며 한국의 고민은 깊어졌다. 국내에서 보수 집단은 파병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진보 진영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중이다.

한국은 6·25전쟁에서 미국과 유엔(UN)군의 도움을 받아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서 국가를 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공산주의 정권인 북베트남이 남쪽의 민주주의 정부을 붕괴시킬 의도로 침범해 일어났다. 북한이 남한을 공산화시키기 위해 남침한 6·25 전쟁과 같은 목적이었다.

부정부패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남베트남 정부는 북베트남의 파상공세와 더불어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National Liberation Front)의 봉기에 의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미국은 1960~70년 대 베트남 전쟁을 수행하며 한국군의 참전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공산주의자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앞세웠지만 협상을 통해 경제적 및 군사적 실리를 챙겼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어 근대화의 기반을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군사적으로도 무기 현대화와 실전 경험의 축적을 통해 군의 역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 미국의 정책을 반대하지 않으며 협력하는 방법 선택해야... 청해부대 임무 조정이 합리적인 방안

하지만 이번 이란 파병은 경제적 혜택이나 군사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고민거리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려면 다른 국가의 대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 국가의 상황와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영국은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지만 전쟁에 참전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다가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전투 목적의 군함이나 군대보다 무기나 병참 지원은 가능하다고 본다. 중동 사태로 원유가격이 상승하면 영국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을 끝내길 기대하고 있다.

둘째, 프랑스는 미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가 협력해 호므루즈 해협을 지키면 이란의 적대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 중심의 세계 재편을 반대했다.

1992년부터 펼쳐진 걸프 전쟁에서 연합군으로 참전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했지만 실질적은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에서도 교훈을 얻었다. 아프가니탄전쟁 등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독일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전쟁에 참가하기 보다는 대화를 통해 이란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파병이나 전쟁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자국에 위치한 미군 부대의 재배치를 요구했으며 독일과 프랑스 중심의 나토(NAT) 운영을 원하는 중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의 주도의 군사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넷째,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의 요청을 받지도 않았는데 선제적으로 군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및 영국과 협력하는 오커스(AUKUS) 동맹의 일원이지만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은 반대한 셈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란의 위협보다 남태평양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에 대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자국에서 필요한 석유나 천연가스는 직접 채굴해 조달하는 점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섯째, 일본은 막대한 투자금과 구매력을 바탕으로 중동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를 원하지 않아 파병에 소극적이다.

아베 신조 총리 이후 헌법을 고쳐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로 전환했지만 아직 전투 임무를 위한 파병은 어렵다고 본다. 군수지원이나 정보활동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법률상 침략행위로 비칠 수 있는 군대를 보내면 여론이 나빠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여섯째,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란을 공격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중국이 국제 경제제재 조치를 받는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한 것이다.

중국은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흡수통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므로 미국이 군사력이 약화되길 기대한다. 대만을 침공할 때 미국이 군대를 파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파병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중동 정책 전반에 걸쳐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는 전략 수립에 고심하는 중이다.

중동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임무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임무에 한국 해군을 활용하려고 요청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전폭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중립적이면서도 동맹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전투함 대신에 항행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뢰제거와 같은 평화적 업무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란은 중동의 패자이며 막대한 석유자원을 보유한 국가이므로 적대적 행위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8년 5월 8일 작성한 칼럼 소개... 이명박정부의 소고기 협상 전략 실패의 교훈과 과제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결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새로 출범한 이명박(MB)정부는 지난 정부를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고 비난하고 준비된 보수가 국가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소득 US$ 3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정권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논란, 정부 출범 후의 대운하 건설, 부적합한 고위공직 후보자의 지명, 공교육의 개방, 각종 복지정책의 개편·축소, 대외 외교정책 및 협상력의 부재 등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외 외교정책과 무역 협상의 전략 부재다.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극복할 과제를 면밀한 계획 없이 추진하면 국가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새 정부의 대외 협상가나 정책결정자가 명심해야 할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지난 정권에서 수많은 대외 협상을 수행한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그 전문가 그룹과 철학과 정치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 확보 차원에서 이들이 시행착오(試行錯誤) 끝에 터득한 노하우가 사장(死藏)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고기 수입 협상만 하더라도 전 정권에서 배울점이 있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광우병 발병 우려가 없는 소고기의 수입과 철저한 검역이라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협상을 진행하며 미국 측을 설득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행정부 협상단의 기준과 전략이 바뀐 것은 현 정권의 아마추어식 협상 전략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 정부 자체에서도 잘했다고 자평하는 노무현정부 ‘한미 FTA’ 협상단의 협상 노하우를 한번 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

둘째,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중요한 대외 무역 협상과 조약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고 설사 비준이나 동의가 필요 없는 경우라도 국민의 복지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국회와 협의하는 것이 좋다.

행정부 관료가 국회의원보다 업무 전문성이 높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성급한 의사결정보다는 국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예측이 가능한 모든 문제점을 검토하고 대비하는 것이 관료에게도 유리하다.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따라 명령으로 움직이는 행정부 조직과 달리 국회는 수평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과 토의가 이뤄질 수 있다. 또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핑계로 대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도 있으므로 국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민의 의식 수준과 지적 능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 뿐 아니라 일반인조차도 특정 국가나 이슈에 관해 행정부의 관료나 전문가에 필적할 정도의 정보를 확보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거처럼 국민이 잘 모를 것이라는 인식하에 협상 내용을 숨기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발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소고기 협상에서도 협상 내용을 숨기기에 급급하다가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그 오해가 확산되어 걷잡을 수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이제는 오해가 너무 깊어 진실을 발표한다고 해도 국민 누구도 믿지 않는 상황에 도달했다. 친정부 인사의 해명성 기자회견이나 전문가가 아닌 해외 동포단체를 동원한 언론 플레이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진실만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으므로 잔꾀를 부려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민의 뜻과는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대외 협상이나 외교정책은 단기적 시각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이익과 국가안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기간에 과거 정부의 잘못(?)된 대외정책을 전부 뒤집고 새로운 정책을 입안해 추진하겠다는 것은 새로 권력의 잡은 정권의 임기가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욕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국가전략 차원에서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잘못된 정책은 수정 보완하려는 노력이 적절하다. 자칫 ‘새 정부가 의욕만 앞세워서 과거와 싸우다 5년을 보내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은 노파심일까?

그리고 국민의 강력한 저항과 국회의 집요한 요구로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미국을 설득하는 길만이 국민적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 단순한 진리를 외면해 정권 초기부터 매를 벌고 있는 보수정권이 애처로워 보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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