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업문화 대전환] 54. 시스템 구축보다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성공한 글로벌 기업... 기업문화 중요성 조차 인식 못한 우리 대기업
HBM 수요가 확대되며 급성장한 SK하이닉스... 돌파형 혁신과 더불어 업계 언더도그의 반란도 성과에 기여
민진규 대기자
2026-03-19 오후 12:51:22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민진규)는 2012년부터 국내 기업의 비전/미션/연봉/복지제도/기업문화/운리경영/성장성/수익성 등 10가지 차원(dimension)을 적용해 위대한 직장(Great Workpalce)인지를 평가했다.

평가 대상이었던 100대 그룹 중 15년이 흐르며 STX그룹과 금호그룹을 포함한 다수의 대기업 집단이 사라졌거나 존재 가치가 축소됐다. 반면에 한화그룹, 하림그룹, 부영그룹 등은 사업 규모를 크게 키웠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은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갔다. 2025년 기준 SK하이닉스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8500만 원에 달했다. 평범한 직장인은 연봉 1억 원을 받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SK하이닉스와 비교되는 기업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SK하이닉스보다 좋지만 직원의 급여는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덕분에 의대 대신에 공대를 가겠다는 고등학생이 증가한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한 때 '미운 오리 새끼'로 치부되던 SK하이닉스가 어떻게 '화려한 백조'로 변신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업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아주 적합한 임무다. SK하이닉스의 역사와 기업문화에 대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HBM 수요가 확대되며 급성장한 SK하이닉스... 돌파형 혁신과 더불어 업계 언더도그의 반란도 성과에 기여

필자는 2000년 초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대부분의 사무실 책상은 주인 없는 상태로 비어 있었으며 직원도 의기소침해 의욕이 부족했다.

일부 부서를 방문했는데 조금 과장을 하면 '학교 운동장'처럼 큰 사무실에 10명도 되지 않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무슨 경영혁신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삼성전자가 데이터웨어하우스(Datawarehouse/DW)를 구축한다는 소문을 듣고 상담을 받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했는데 필자가 포함됐었다. 당시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등을 구축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DW를 구축하지 못했다. 매년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내다가 결국 2001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SK그룹은 2021년 분리된 이후에도 활로를 찾지 못한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다.

SK하이닉스로 사명을 바꿨지만 두드러진 실적을 내지 못했다. 2021년 미국 인텔(Intel)의 낸드 사업부를 합병해 SSD사업에 진출했다. SK하이닉스에 도약의 발판을제공한 것은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온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랜스포머에 따르면 D램 산업 내 HBM의 비중은 2022년 2.6%였지만 2024년 말 20.1% 급상승했다. 오픈AI(OpenAI)가 시장에 처음 내놓은 챗GPT(ChatGPT)가 시장을 주도하며 AI데이터터센터 건설이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다. 미국 AMD의 요청에 따라 고성능과 고용량을 가능케하는 메모리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에상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발열을 해결해야 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2015년 HBM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2019년 HBM 전담 연구개발팀을 해체했다. 반면에 SK하이닉스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며 성능을 향상시켰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인 엔비디아(NVIDIA)는 2022년 4세대 HBM의 제조를 삼성전자에 의뢰했지만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SK하이닉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SK하이닉스는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복시키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SK그룹에 인수된지 15년 동안 만년 2위업체로 존립 자체를 걱정했지만 이제 모든 기업이 부러워하는 혁신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경영 어려움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연구개발비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경영진의 판단이 빛을 보게 된 셈이다. 당시만 해도 연구자들이 가장 가고 싶은 하는 기업 1위를 삼성전자였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린 기업으로 근무지도 경기도 이천으로 서울특별시 생활권인 기흥과 비교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천이 그렇게 먼 거리는 아지만 서울에서 출퇴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수도권 변방에서 밤낮을 잊어가며 연구에 전념하게 만든 요인은 돌파형 혁신(Breakthrough innovation)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disrruptive innovation)은 시장의 강자가 관심을 갖지 않는 밑바닥(low-end) 고객을 공략하다가 서서히 주류 시장에 접근하는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을 시도한다.

돌파형 혁신은 파괴적 혁신과 달리 최상급(high-end) 시장의 고객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촉하겠다는 각오로 노력한다. 초기에는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이 협소하지만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면 주류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경영진이 막대한 이익금을 직원들에게 나름 아낌없이(?)이 분배하면서 로열티가 강해졌다. 다른 기업의 신세대 직장인이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거부하는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책연구소나 특허업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반도체산업의 특허 출원 동향이나 주요 기업의 근무 분위기와 태도 등에 대해 묻는 편이다. 해외 유학파나 상위권 대학 출신이 다수를 점유하므로 업계가 좁다는 점도 상황 파악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장기간 1위를 독주하며 승자의 교만에 빠져 혁신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시장의 변화를 놓치고 있을 때에 우연하게 흘러온 기회를 놓치지 않아 HBM이라는 대어(大漁)를 낚았다고 본다.

이제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경영진에게 막대한 이익을 분배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경영진이 받는 성과급에 비해 직원에게 제공하는 이익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기업문화를 비교해보면 SK하이닉스가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익이 발생할 때 아까지 않고 직원에게 배분하며 로열티를 끌어올린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돌파형 혁신이 SK하이닉스 직원만의 노력이 아니라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선과 독주에 반발한 다수 언더도그(under-dog)의 저항이 기여했음에도 이익이 골고루 배분되지 않는 것이다.


▲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창안한 기업문화 혁신모델 중 역 E-Type Model 이미지 [출처= iNIS]

◇ 시스템 구축보다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성공한 글로벌 기업... 기업문화 중요성 조차 인식 못한 우리 대기업

개인주의가 중시되는 미국에서 ‘가족주의 경영’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기업문화 혁신은 유럽의 기업과 유사한 'E-type Model'을 선택했다.

하지만 비전(Vision)을 수립한 후 사업(Business) 혁신을 하는 'E-type Model'과 달리 위 그림과 같이 조직(Organisation) 혁신을 선행하는 ‘역 E-type Model’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운 후 임직원에 대한 배려를 우선함으로써 자발적인 서비스 품질향상 운동이 일어나게 만들었고 이런 노력은 높은 성과로 나타났다.

1973년 창립 이후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건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 기업은 'E-type Model'로 사업(Business)에 한정된 단절적인 시스템(System)을 구축하는 편이다.

반면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조직 혁신을 기반으로 연속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문화 혁신에 성공했다. 이 모델은 직원이 가장 유력한 자원인 서비스 산업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영국의 브리티시에어웨이(British Airways)도 적자 투성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최신 기종의 비행기를 도입하기보다는 직원의 마인드 전환교육을 강화해 성공했다.

동일한 혁신 모델을 적용한다고 해도 조직의 리더십이나 구성원의 의지가 기업문화 혁신 성공 여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업무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미국 SAS도 ‘역 E-type Modle’로 성공한 사례에 해당된다. 사내에 직원 자녀를 위한 유아원, 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뿐만 아니라 직원의 가족까지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수영장까지 포함한 체육시설은 낮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까지 다양하다. 구글조차도 SAS의 카페테리아를 벤치마킹한다.

직원 이직율이 3퍼센트(%) 미만으로 업계 평균 10% 내외보다 훨씬 낮아 복지에 투입하는 비용이 새로운 직원의 채용, 교육 등에 드는 비용을 상쇄하고 남는다.

한 번 채용한 직원은 해고하지 않으며 최대한 자신에 맞는 업무에 배정하고 역량개발을 지원한다. 평생 동안 7~8회 정도 이직을 하는 미국의 기업풍토에서 수십 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한 직원이 대부분일 정도로 로열티가 강하다.

HP는 컴퓨터 기업으로 근로자의 지적 수준이 다른 일반 사업에 비해 높아 인간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문화를 키워왔다. 인간은 누구나 우수하며 여건만 갖춰지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결산 후 이익의 12%를 직원에게 성과금으로 배분해 기업의 이익에 직원의 기여분을 인정하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의 커피타임도 직원의 의사소통과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했던 IBM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컨설팅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HP의 우수한 기업문화는 'HP Ways'라고 불리며 세계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검색 사이트에서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Google)도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중 10%를 자신의 업무와는 다른 창의적인 일을 수행하도록 배려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만들었다. 구글 어스(Earths), 유튜브(YouTube) 등 지속적인 신사업을 발굴해 가장 역동력이 탄생한 배경이다.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s)도 이 점에 착안해 글로벌 인재가 도요타에서 글로벌 공헌도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고 승진할 수 있도록 글로벌 표준을 정했다.

직원의 채용, 승진 등에서 인종, 국적, 성별, 연령, 학력 등을 초월해 모든 직원이 납득할 수 있는 인력개발 원칙을 개발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처럼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면서 자국민만을 중시하는 정책으로는 글로벌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 기업문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럼에도 아직도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기업이 다수라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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