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보기관 개혁] 02.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확보와 우수 인재 육성 방안... '안방의 여포'가 아니라 글로벌 인재 중용해야 조직 발전
2000년대초부터 급증한 보이스피싱 대응 실패... 직원 스스로 정치적 편향 버려야 정치적 중립 가능
최근 캄보디아에서 피살된 우리나라 대학생에 관한 뉴스를 연일 신문 지상을 도배하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숨진 대학생을 유인해 고문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중국인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한국을 겨낭한 국제범죄조직의 근거지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중국 최대 범죄조직인 삼합회(三合會)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무고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통신사가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국제전화를 차단하고 개별 금융기관 차원의 모니터링 방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지만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0년대초부터 급증한 보이스피싱 대응 실패... 시급한 이슈도 많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우선 순위 조정 필요
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보이스피싱은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며 발본색원(拔本塞源)을 위해서 국가정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과 같은 기관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5000~800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해도 정치인이나 국가기관 어느 한 곳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며 나서지 않았다. 이번에도 언론이 호들갑을 떨지만 피해를 근절할 대책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원은 경찰이나 금융감독기관과 달리 국제범죄 조직에 관련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할 조직역량을 갖추고 있다.
사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마약에 의한 피해보다 보이스피싱이 더 크므로 임무의 우선 순위를 조정해서라도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정원 조직마저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관료의 최고 행동지침에 따라 몸을 사리고 중요한 국가안보 이슈를 등한시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해소할 수 없다.
국정원은 1961년 창설 이후 60년 이상 국가안보의 첨병과 전위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군사독재 시절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에 치중하며 민주주의 파괴, 인권침해, 독직과 부패 등과 같은 부정적 인식도 함께 얻었지만 조직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 직원 스스로 정치적 편향 버려야 정치적 중립 가능... '안방의 여포'가 아니라 글로벌 인재 중용해야 조직 발전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국정원은 정치 개입 논란, 중요한 국가 아젠다(agenda) 대응 능력 부족, 과거사에 대한 반성 거부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국정원이 시급하게 해결할 개혁 과제는 정치적 중립 확보, 우수 인재 충원, 글로벌 역량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정원은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의 집권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해 정치적 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타파해야 한다.
특히 1979년 박정희 정권의 붕괴로 군사독재를 종식시킬 호기를 맞았지만 전두환 세력은 12·12 군사 쿠데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다.
1987년 6·10 시민항쟁으로 민주화에 대한 단초를 마련했지만 정보기관은 정권안보를 위해 국민을 억압하는 행태를 버리지 않았다. 김영삼정부부터 윤석열정부까지 불미스러운 정치 개입 논란이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동과 국정원 1차장이었던 홍장원의 대응은 국정원이 변할 가능성은 보여줬다.
윤 전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국정원이 내심 아쉬워하고 있는 대공수사권의 부활과 조직 확대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내란에 참여할 것으로 권유했지만 거절당했다.
물론 홍 전 차장과 달리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일부 직원은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특별검사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참에 해바라기 근성을 갖고 있는 조직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완벽한 축출이 단행돼 정치적 중립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냉전이 종식된 이후 국가정보기관은 군사안보에 못지않게 경제안보를 강조하며 인재의 스펙트럼을 수정했지만 아직 국정원은 채용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아 변화가 불가피하다.
군사안보는 정치, 외교, 법, 군사 등에 관한 지식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지만 경제안보는 경제, 산업, 과학기술 출신이 필요하다. 인문학보다는 자연과학, 더 다아간다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복합 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원이 국내정보 파트를 없애고 과학기술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 정보기관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대졸 신입에 초점을 맞춘 정기 공채보다는 현장 경험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경력직의 채용을 늘리는 것이 좋다.
공조직에서 편안한 공무원 생활을 영위했거나 대학 혹은 공공 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에 전념한 인재를 철저하게 검증해 선별해야 한다.
창의적 현신은 잊고 자칫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썩어빠진 조직문화에 젖어있는 고학력자를 선발하면 국정원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1993년 문민정부가 세계화를 외친지 3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안방의 여포’형 직원들이 장악한 조직구조로 글로벌 시대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고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양지’를 찾아다니는 해바라기를 솎아내야 한다. 실력보다 권력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으로 승진하는 관행부터 척결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국내에서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어렵다. 국내용 인재가 해외로 나가 참사 수준의 공작을 벌인 사례를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국정원장도 자신의 직을 걸고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조직과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직원 개개인도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인재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
그것이 조직을 위한 길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 행로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6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퇴직 이후의 삶은 조직에서 쌓은 정치적 영향력이나 성과와는 연관성이 낮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오히려 능력에 비해 과도한 직책과 화려하게 포장한 성과가 걸림돌이나 올가미로 전락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착각해 퇴직 이후의 인생을 망친 사례를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필자는 35년 이상 국가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20년 이상 국가정보기관의 입사 컨설팅을 수행했다. 60세에 퇴직한 선배들이 30년 이상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여정을 가까이에서 목도하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도 국가정보 관련 업무를 하는 후배와 퇴직자를 만나며 ‘존경받는 인생’을 사는 지혜를 얻으려고 고군분투(孤軍奮鬪) 중이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퇴직을 앞둔 노련한 후배나 정보기관에서 인생을 출발하고자 하는 신출내기 후배들에게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는다.
- 계속 -
그동안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한국을 겨낭한 국제범죄조직의 근거지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중국 최대 범죄조직인 삼합회(三合會)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무고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통신사가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국제전화를 차단하고 개별 금융기관 차원의 모니터링 방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지만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0년대초부터 급증한 보이스피싱 대응 실패... 시급한 이슈도 많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우선 순위 조정 필요
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보이스피싱은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며 발본색원(拔本塞源)을 위해서 국가정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과 같은 기관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5000~800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해도 정치인이나 국가기관 어느 한 곳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며 나서지 않았다. 이번에도 언론이 호들갑을 떨지만 피해를 근절할 대책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원은 경찰이나 금융감독기관과 달리 국제범죄 조직에 관련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할 조직역량을 갖추고 있다.
사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마약에 의한 피해보다 보이스피싱이 더 크므로 임무의 우선 순위를 조정해서라도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정원 조직마저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관료의 최고 행동지침에 따라 몸을 사리고 중요한 국가안보 이슈를 등한시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해소할 수 없다.
국정원은 1961년 창설 이후 60년 이상 국가안보의 첨병과 전위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군사독재 시절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에 치중하며 민주주의 파괴, 인권침해, 독직과 부패 등과 같은 부정적 인식도 함께 얻었지만 조직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 직원 스스로 정치적 편향 버려야 정치적 중립 가능... '안방의 여포'가 아니라 글로벌 인재 중용해야 조직 발전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국정원은 정치 개입 논란, 중요한 국가 아젠다(agenda) 대응 능력 부족, 과거사에 대한 반성 거부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국정원이 시급하게 해결할 개혁 과제는 정치적 중립 확보, 우수 인재 충원, 글로벌 역량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정원은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의 집권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해 정치적 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타파해야 한다.
특히 1979년 박정희 정권의 붕괴로 군사독재를 종식시킬 호기를 맞았지만 전두환 세력은 12·12 군사 쿠데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다.
1987년 6·10 시민항쟁으로 민주화에 대한 단초를 마련했지만 정보기관은 정권안보를 위해 국민을 억압하는 행태를 버리지 않았다. 김영삼정부부터 윤석열정부까지 불미스러운 정치 개입 논란이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동과 국정원 1차장이었던 홍장원의 대응은 국정원이 변할 가능성은 보여줬다.
윤 전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국정원이 내심 아쉬워하고 있는 대공수사권의 부활과 조직 확대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내란에 참여할 것으로 권유했지만 거절당했다.
물론 홍 전 차장과 달리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일부 직원은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특별검사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참에 해바라기 근성을 갖고 있는 조직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완벽한 축출이 단행돼 정치적 중립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냉전이 종식된 이후 국가정보기관은 군사안보에 못지않게 경제안보를 강조하며 인재의 스펙트럼을 수정했지만 아직 국정원은 채용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아 변화가 불가피하다.
군사안보는 정치, 외교, 법, 군사 등에 관한 지식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지만 경제안보는 경제, 산업, 과학기술 출신이 필요하다. 인문학보다는 자연과학, 더 다아간다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복합 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원이 국내정보 파트를 없애고 과학기술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 정보기관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대졸 신입에 초점을 맞춘 정기 공채보다는 현장 경험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경력직의 채용을 늘리는 것이 좋다.
공조직에서 편안한 공무원 생활을 영위했거나 대학 혹은 공공 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에 전념한 인재를 철저하게 검증해 선별해야 한다.
창의적 현신은 잊고 자칫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썩어빠진 조직문화에 젖어있는 고학력자를 선발하면 국정원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1993년 문민정부가 세계화를 외친지 3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안방의 여포’형 직원들이 장악한 조직구조로 글로벌 시대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고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양지’를 찾아다니는 해바라기를 솎아내야 한다. 실력보다 권력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으로 승진하는 관행부터 척결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국내에서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어렵다. 국내용 인재가 해외로 나가 참사 수준의 공작을 벌인 사례를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국정원장도 자신의 직을 걸고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조직과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직원 개개인도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인재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
그것이 조직을 위한 길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 행로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6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퇴직 이후의 삶은 조직에서 쌓은 정치적 영향력이나 성과와는 연관성이 낮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오히려 능력에 비해 과도한 직책과 화려하게 포장한 성과가 걸림돌이나 올가미로 전락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착각해 퇴직 이후의 인생을 망친 사례를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필자는 35년 이상 국가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20년 이상 국가정보기관의 입사 컨설팅을 수행했다. 60세에 퇴직한 선배들이 30년 이상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여정을 가까이에서 목도하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도 국가정보 관련 업무를 하는 후배와 퇴직자를 만나며 ‘존경받는 인생’을 사는 지혜를 얻으려고 고군분투(孤軍奮鬪) 중이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퇴직을 앞둔 노련한 후배나 정보기관에서 인생을 출발하고자 하는 신출내기 후배들에게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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