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보기관 개혁] 01. 국가안보실의 운영 방안과 실장의 자질... 군사·외교를 넘어 경제안보를 설계할 인재 등용해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MAGA가 국제질서 혼란 초래... 미국의 DNI와 같이 강력한 통제력 가져야 대통령 보좌 가능
민진규 대기자
2025-10-14
2016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우익과 중도파를 포용했다.

하지만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70년 이상 유지되어 오던 세계질서를 깨뜨렸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수 전쟁의 종전을 내세우며 2025년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했지만 실패한 이유다.

2020년 조 바이든을 내세운 민주당에 패배했지만 절치부심(切齒腐心)한 트럼프는 2024년 미국 역사상 처음 퇴임한 대통령으로 재선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25년 1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 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혼돈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MAGA가 국제질서 혼란 초래... 역대 안보실장은 외교·군사 출신이 다수 점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에서 검증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더욱 강화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선택하며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19세기까지 유지하던 고립주의로 회귀했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과 쌍벽을 이루다 1991년 국가안보위원회(KGB) 쿠데타로 무너졌던 러시아는 2022년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전쟁에서 굴욕을 맞보며 2류 국가로 전락했다. 단기간에 국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선택한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202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G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대국굴기(大国崛起)의 기치를 내건 집권 공산당은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이른바 '중국제조 2025'를 내세우며 패권국의 발톱을 드러냈지만 주변국의 강력한 견제만 초래했다.

일본은 1970~80년대 급성한 경제 덕분에 초호황을 누렸지만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했다.

첨단 산업기술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골수 우익의 시대착오적 발상을 깨뜨리고 국민의 정치 무관심을 타파하지 못하면 국력 쇠퇴를 막기란 어렵다고 보여진다.

한반도 주변 4강의 현황에 대해 장황하게 나열한 것은 20세기 중·후반부터 이어져 온 국제역학 관계가 크게 변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도 1993년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지만 국가안보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국가안보를 전통적인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안보, 사회안보, 생태안보, 사이버안보 등으로 확장하게 되면 취약성은 더욱 증대된다.

1990년대 이후 북한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남북 간의 체제대결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체제 경쟁에서 이겼다는 자신감은 대결보다 대화의 장을 열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정부는 이른바 ‘햇볕정책’으로 남북화해와 공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노무현정부는 전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았지만 진보 정부를 무너뜨린 보수 정부는 어렵게 조성한 평화 기조를 무너뜨렸다.

보수 정권 10년을 유지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강경책을 통해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자 시도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북한은 오히려 핵 실험, 대량살상무기 개발, 국지 도발도 한반도 긴장을 조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정부는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을 복원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북한 대외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하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온 윤석열 전 대통령은 보수의 희망으로 불리며 보수정권의 재집권을 성사시킨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북한과 대화 채널을 봉쇄하고 오히려 오물 풍선 도발 등을 악용해 정권 유지를 획책하다가 무너졌다.

◇ 군사외교를 넘어 경제안보를 설계할 인재 등용해야... 미국의 DNI와 같이 강력한 통제력 가져야 대통령 보좌 가능

문민정부 이후 보수와 진보가 10년 혹은 5년 주기로 교차 집권하며 명확한 국가안보정책마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2013년 박근혜정부에서 창설된 국가안보실은 명칭 그대로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하지만 비전(vision)가 미션(mission)조차 모호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국가안보실장은 군과 외교관 출신이 다수를 점유했다. 군사안보와 외교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2023년 윤석열정부는 경제안보 부서를 신설했다. 국가안보가 군사안보, 외교안보, 경제안보라는 3개 축으로 재편된 계기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국가안보실은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24년 12월 3일 발동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으로 초래된 국가 혼란 사태에서 국가안보실장은 ‘유령 인간’으로 취급됐다.

우리나라 국가안보실장은 명칭만으로 보면 미국의 국가정보장(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DNI)과 같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아직 대통령의 국가안보를 보좌하는 참모에 불과하다.

명목상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이지만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한 국가안보실과 국가안보실장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가정보기관과 관련 부처의 조정기능을 통합하도록 결단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정보원장, 군 정보기관장, 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 관세청장,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등을 통제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

당연하게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관련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국무총리와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국방부의 모델을 참고하면 좋다. 국방부장관은 군정권, 함참의장에게 군령권을 갖고 있듯이 권한을 분리하면 된다.

둘째, 군사와 외교 뿐 아니라 경제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사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돼야 한다. 조직을 3차장 제로 정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만 실제 특정 분야에 치중된 인사가 임명되며 국가안보가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특징 중 하나가 조금이라도 업무 연관성이 있거나 관련 용어 한마디만 들어도 자신이 전문가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국방부에도 외교부에도 이러한 유형의 공무원이 넘쳐나므로 잘 판단해 기용하는 것이 좋다.

셋째, 국가안보실장에는 탁월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과 더불어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는 인사가 적합하다. 정치권이 이념적 색채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으로 나뉘어 국가안보를 판단기준조차 흔들리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모두 정책 대결보다 국가안보를 지렛대로 활용해 반대파를 척결하려는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역대 실장 중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향했던 인사는 없었다. 국가안보실마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넷째, 국가안보실장이 되려면 국가안보를 완벽하게 보위하겠다는 책임감과 함께 기개(backbone)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기개는 인간의 신체를 유지하는 등뼈와 같은 존재로 신념(Faith)을 말한다. 신념은 ‘어떤 사상이나 생각을 굳게 믿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를 의미한다.

국가안보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없을 뿐 아니라 직무수행에 필요한 열정이 없으면서 출세의 욕심에 눈이 멀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무리가 적지 않다. 그런 부류의 인간에게는 공직도 계절 따라 바꿔 입는 옷에 불과하므로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

2025년 10월 초 현재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정부에서도 국가안보실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아 안타깝다. 그렇다고 단기간 성과에 급급해 국가안보나 이익이 침해하는 우(憂)를 범하지 않았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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