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42. 국정원이 마약 수사를 주도해야 하는 3가지 이유... 해외에서 활동할 역량과 경험을 갖춰
경찰·검찰 등은 정치적 고려나 지휘부에 휘둘리며 수사 흔들려... 공동체 기반을 파괴하므로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민진규 대기자
2026-07-18 오전 9:14:50
2026년 6월24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제2차 마약류 대책협의회'가 개최됐다. 2026년 상반기 국내에 반입되던 마약류 794킬로그램(kg)을 압수했다. 마약 밀수 관련 단속 건수는 358건에 달했다.

1970~80년대 한국은 일본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대만에서 원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제조된 필로폰은 경제 호황기를 맞이한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 부산광역시를 거점으로 한 조직 폭력배가 국제 마약 거래를 주도했다.

2000년대 들어 서울특별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유흥가에서 엑스터시와 같은 환각제가 유통되며 마약이 일반인까지 침투했다.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부유층 청년을 중심으로 마약이 확산됐다. 국가정보기관이 마약 관련 사건에 관여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교수 [출처=엠아이앤뉴스]


◇ 해외에서 활동할 역량을 갖춘 국정원이 주도해야... 허둥대거나 자리짜움하며 보낼 시간적 여유 없어

2010년대 이후 한국에서 유통되는 마약은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공권력이 뇌물에 취약하고 마약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범죄 집단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필리핀은 경찰이나 군대가 부패했는데 중앙정부의 감독 기능은 취약해 범죄 집단이 은신하거나 범죄 행위를 저지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26년 3월 국내에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의 사례가 대표적인 상징이다.

경찰이 10년 이상 국내로 송환하려다 실패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해 직접 요청한 이후 이뤄낸 결과다.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한국 교민 3명을 살해해 수감됐지만 감옥 안에서 호화 생활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가정보원(원장 이종석)은 2025년 6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마약, 살인, 보이스피싱 등 국제범죄에 대해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캄보디아에 억류된 한국인을 구출하고 태국에서 마약 제조공장을 파괴하며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필자는 국가정보학을 집필해 출간한 2006년부터 국정원이 국제범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변변한 실적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마약 범죄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마약의 주요 산지와 제조공장에 해외에 위치해 있어서 경찰이나 관세청이 적극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태국·미얀마·라오스 접경 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은 전 세계 아편의 70%를 생산하는 거점이다.

'황금의 삼각주'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마약왕 쿤샤가 태국 정부에 투항한 이후에도 아편 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 농사에 부적합한 고산지대에서 수익성이 높은 아편을 대체할 작물을 찾지 못했기 대문이다.

국정원은 2026년 6월 태국 마약통제청과 현지 마약 생산기지 10곳을 급습했다. 필로폰을 제조할 수 있는 화학물질 49.98톤(t)을 압수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태국 출신 마약 거래상을 체포하며 얻은 성과를 활용했다.

경찰은 태국,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할 역량을 갖춘 직원이 부족하다. 국정원은 60년 이상 해외에서 첩보수집과 비밀공작을 수행한 경험을 보유해 가능하다고 본다.

둘째, 마약의 거래는 텔레그램(Telegram)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므로 국제적인 범죄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이 개발한 SNS로 철저하게 사용자의 비밀을 보호해준다.

과거 국내 대표 SNS인 카톡이 개인정보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개발된 SNS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카톡은 국내에서 서버를 운영하며 서버에 개인간 소통 기록을 보관한다.

반면에 텔레그램은 개인간의 소통 기록이나 내용을 전혀 보관하지 않는다. 어떤 정부도 텔레그램의 서버를 압수수색할 수도 없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미국 연방수사국(FBI)조차도 서버 열람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보유한 국정원이 관련 범죄에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 이유다. 경찰이나 검찰은 국내에서조차 SNS 수사 능력이 부실해 비난을 받고 있다. 실력 뿐 아니라 공정한 수사 의지마저 박약할 실정이다.

셋째, 경찰은 권력이나 돈에 쉽게 무력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할 인력을 보유한 국정원이 주도해야 한다. 마약과의 전쟁을 추진하던 윤석열정부에서조차 경찰과 검찰은 부실 수사 논란을 초래했다.

정권 차원에서 비호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증거가 불충분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지휘부와 일선 경찰관이 진실 규명을 두고 충돌하는 양상이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국정원이 마약 사건을 공명정대하게 수사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 국정원 소속 직원들이 뇌물을 받고 마약 단속을 회피하거나 압수하지 않을 가능성도 낮다. 경찰이나 검찰처럼 정치권이나 지휘부의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은폐하지도 않는다.

마약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공동체 기반을 붕괴시킬 파괴력을 가진 위험 물질이라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연예인이나 사회 지도층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마약을 소비하는 행위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마약에 대한 수사는 국정원이 주도하고 경찰, 검찰, 관세청, 해양경찰청 등이 협력하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바람직하다. 정부 차원에서 확고한 정책과 방향이 부족해 마약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기관끼리 권력 다툼을 벌이거나 무능한 대응으로 시행착오를 허용할 여유도 없다. 특히 공무원의 자리 싸움이나 잇속 챙기기에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 된다. 마약에 대한 논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진행돼야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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