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디아스포라] 13. 그리스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성장... 지중해·흑해 연안을 중심으로 400개 식민도시 건설
비잔틴 제국의 멸망 이후 오스만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 헬레니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독립 쟁취
민진규 대기자
2026-07-10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가 심각해 국가부도 상태에 몰렸던 그리스는 2024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부채 50억 유로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몰락했던 주력산업인 해운과 관광업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거주 중인 그리스인 디아스포라도 고국이 정상화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아스포라 채권을 발행했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세금 감면, 투자 활성화, 고용 강화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대 민주주의 발상지인 그리스는 척박한 토지로 해외 진출의 의지가 강했다. BC 4세기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복 전쟁을 통해 식민지를 건설하며 해외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헬레니즘 제국은 그리스를 넘어 페르시아, 인도까지 광대한 영토를 확보했으며 자연스럽게 그리스 디아스포라가 형성됐다. 지중해와 흑해에 위치한 도시에도 그리스인이 정착해 무역업에 종사했다.


▲ 비잔티움 제국의 헤라클리우스(Heraclius) 황제가 페르시아에 승리한 장면 [출처=위키피디아]


◇ 지중해·흑해 연안을 중심으로 400개 식민도시 건설... 비잔틴 제국의 멸망 이후 오스만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

고대부터 그리스인은 발간반도(Balkan Peninsula)의 협소한 지역을 떠나 지중해 연안 지역을 대상으로 무역에 종사하며 식민지를 건설했다. 이탈리아 남부, 프랑스 남부, 스페인 동부, 리비아 북부, 흑해 연안에 400개 이상의 식민도시를 건설했다.

마케도니아 왕국의 국왕인 알렉산도르스(Alexander the Great)가 제국의 영토를 확장하면서 그리스인은 지중해 연안을 벗어나 아시아, 아프리카로 이주했다.

동서 교역로를 장악해 무역을 주도한 그리스인은 이집트, 서남아시아, 인도 북서부 등지에서 주류 계급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그리스인은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까지 진출했다.

당시 이집트 북부에 건설된 알렉산드리아는 동서 무역이 활발해지며 지중해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로 등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알렉산드리아의 상권을 장악한 것은 그리스인이 아니라 유대인이었다.

유대인은 로마 제국에 의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추방된 이후 일부가 이집트에 정착했다. 다수의 유대인은 노예와 같은 하층민에 포함됐지만 일부는 장사에 능해 경제권을 장악했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건국된 로마 제국은 유럽과 소아시아 지역을 통일하며 팔레스타인에서 출발한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받아들였다. 그리스도교는 정교회로 자리매김하면서 그리스인의 핵심 종교로 부상했다.

그리스인은 고대부터 축적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세에도 더욱 활발하게 영역을 넓혔다. 동로마 제국으로 불렸던 비잔티움 제국(Byzantine Empire)이 융성하면 자연스럽게 교역의 중심에 서게 됐다.

비잔티움 제국의 헤라클리우스(Heraclius) 황제는 그리스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했다. 지중해와 흑해 연안에서 거주하는 상인, 이주민 등은 그리스어로 소통해 그리스 디아스포라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1453년 오스만 투르크족이 콘스탄티노폴을 함락시키며 비잔티움 제국은 멸망했다. 당시 일부 그리스인은 이탈리아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들이 정착한 도시는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등이다,

중세 이탈리아 도시가 그리스인이 가져온 서적을 기반으로 르네상스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는 그리스 문화를 통해 문화 융성을 달성햇다. 고대 그리스의 인간 중심 사상과 미술이 예술의 부흥을 이끌었다.

하지만 대다수 그리스인은 이주하는 대신에 이슬람 지배를 받아들였다. 이슬람은 발전된 그리스의 철학과 문학을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들을 홀대하지 않았다. 중세 이슬람의 철학과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비잔틴 제국이 붕괴된 이후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던 그리스는 1821~1829년 독립전쟁을 일으켰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정립된 서유럽의 계몽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독립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졌다.

오스만제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자 시도했던 영국, 프랑스 등 주변국이 지원하며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신생 독립 국가인 그리스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해외 거주 그리스인에게 의존했다. 해외 정세를 파악해 우방국을 확보해야 했을 뿐 아니라 경제 자립에도 돈이 필요했다.

20세기 그리스인은 경제적인 이유로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멕시코, 남아프리카로 이주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1919~1922년 동안 벌어진 그리스-터키 전쟁은 터키 지역에 거주하던 그리스인 대부분이 강제로 이주를 결정하도록 만들었다.

그리스 본토와 키프로스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제2차 세계 대전, 그리스 내전, 터키의 키프로스 침공 등을 거치며 자발적인 이주 행렬에 끼어들었다.

특히 그리스 내전은 정부군과 공산주의 세력 간의 전쟁으로 동유럽으로 이주한 그리스인이 많았다. 헝가리에 그리스 이주민만으로 형성된 마을이 생겨났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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