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업문화 대전환] 57. 대기업도 중소벤처기업과 상생의지 필요... 삼성전자의 노사갈등은 경영철학 부재에서 출발
삼성의 강점인 운영의 효율성도 사람에서 출발... 대의명분을 얻어야 협상에 유리한 고지 점령 가능
민진규 대기자
2026-05-18
2026년 5월18일 삼성전자의 노사는 성과급에 대한 '최후 담판'에 임한다. 이재용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긴급조정을 압박했지만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노사갈등에 다수 정치인과 외부인이 참견하며 불필요한 잡음이 커지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지만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가 '미주알고주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87년 6·10항쟁 이후 화이트칼라 계층인 넥타이 부대가 기업경영진과 정면으로 부딪힌 것은 처음이다. 표면적으로 성과급의 비율에 대한 의견 불일치이지만 기업경영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갈등의 이면을 들여다보자.


▲ 김용철 변호사가 출간한 '삼성을 생각한다' 표지 [출처=예스24]


◇ 삼성전자의 노사갈등은 경영철학 부재에서 출발... 대의명분을 얻어야 협상에 유리한 고지 점령 가능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이후 그룹을 승계한 이건희 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고집했다.

2020년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고도 노조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희 히장의 아들인 이재용은 그룹 회장직을 고사하고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했다.

삼성물산을 동원한 승계 논란과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며 재벌의 윤리경영에 대한 불신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그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예를 들어 브랜드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이권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공무원과 정치인 뿐 아니라 언론, 시민단체, 학계 등을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2005년 터진 안기부 X 파일에 포함된 로비 내역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것이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밝혀졌다. 삼성물산과 애버랜드를 동원한 승계 과정도 '국민의 눈높이'와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1945년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이후 '산업보국(産業報國)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경유착을 일삼았던 재벌은 한국의 경제를 주물렀다.

대기업은 군사독재와 야합해 노동자를 탄압하며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데 성공했다. 선진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

재벌의 돈과 로비에 엮인 정치인과 공무원은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채 건전한 공동체을 운영하려는 국민의 열망을 철저하게 뭉갰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거부하고 황금만능주의에 매몰된 지도층과 이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한 시민이 얻어야 하는 댓가는 작지 않았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는 건전한 공동체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정부와 재벌이 뿌리는 이권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몰입했다.

공동체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척도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대한 고려도 없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더욱 생각하지 않았다.

작금에 터진 성과급 배분 논란은 상호호혜(reciprocity)와 상생(相生)의 마인드가 사라진 기업에서 나타난 붕괴 징후다. 단순한 위험(risk)이 아닌 위기(crisis)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급격한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의 땀과 희생을 자양분으로 성장했다. 정부도 수출 주도형 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노조를 탄압하는데 조력했다.

대기업의 납품가 인하, 불공정한 계약, 약탈적 거래 관행 등을 못 본체하고 눈감아줬다. 군사 독재가 종식되고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는 유지됐다.

요즘 노사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기업이 자체적인 혁신(innovation) 노력과 투자만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은 한명도 없다.

그럼에도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주주, 협력업체, 소비자, 지방정부, 중앙정부 등을 제외하고 직원만 이익을 나눠가지겠다는 발상은 놀랍다. 벌써 주주들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을 낮추고 배당을 늘려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협력업체는 대기업의 이익은 약탈적 거래 관행에 따라 누적된 것이므로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배분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정운찬 전 총리가 내세웠던 '초과이익공유제'와 맥을 같이 한다.

경제학자인 정운찬 전 총리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익을 나누자고 주장해 화려한 이력에도 정부와 대기업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연구개발(R&D)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지원금을 배부할 뿐 아니라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공장 인근에 도로 건설, 전력선 부설, 상하수도 설비 건설 등과 같은 인프라에 세금을 투자한다.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고 세금을 많이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주장하며 대놓고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

대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경험을 내세웠지만 사회 양극화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한반도 대운하, 자원외교 등에서도 천박한 자본논리만 내세우다 국민의 저항에 부딪혔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로 경제를 부흥시키겠다고 부르짖었지만 정착 '창조'라는 용어초자 정립하지 못한채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가 앞장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불신을 조장했다.

윤석열정부는 이전 보수 정부인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보다 한술 더 뜨서 기업의 이익을 보전해주는 정책을 내놓았다. 공적인 마인드가 없이 국책사업마저 이권을 나누는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노조가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파업을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국민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잘 내세우지 못하면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980년대 노동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재타도와 민주주의 쟁취라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가 종식됐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도 자리를 잡은 이 때에 성과급만 앞세운 투쟁은 설득력이 약하다.

더불어 성과급을 배분하려는 비율, 대규모 투자에 대한 대비책 미흡, 경기변동에 민감한 산업의 특성 고려 부족, 다른 이해관계자에 대한 무시 등은 단순한 이슈에 머물지 않는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성과급 분쟁을 겪고 있는 모든 대기업의 노조가 이러한 점을 잘 파악해 대처하길 바란다. 국민의 비난과 저항이 커지면 아무리 튼튼한 대기업도 장기간 지속가능 성장이 불가능해진다.


▲ 삼성문화 4.0 표지 by 민진규 교수 [출처=엠아이앤뉴스]


◇ 삼성의 강점인 운영의 효율성도 사람에서 출발... 삼성맨을 주축으로 기업문화 혁신 추진해야

삼성그룹은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부 협력업체에 의존하기보다 ‘일관체제’의 확립을 위해 노력했다. 이 전략은 사업 확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삼성이 외부 협력업체와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룹의 모체인 제일모직도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원료를 가공하는 석유화학공업에 진출했다. 1991년에 준공한 대산유화단지는 석유화학에 관련된 전 공정을 통제하고 중복투자를 방지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도 TV의 일관체계를 위해 수원 사업장에 브라운관의 생산에서부터 조립까지 생산설비를 갖췄다. 1988년 전자, 반도체, 통신계열사를 삼성전자에 통합해 반도체, LCD, LED, 가전, 휴대폰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은 나름대로 외부 협력업체와 연관성이 낮아 성공한 경우이다. 삼성그룹이 실패한 기업인 삼성자동차, 삼성테스코, 삼성항공 등은 협력업체와 연관성이 높은 경우에 해당된다.

삼성전자도 외부업체와 관련성이 높은 제품은 품질관리도 어렵고 국제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자체 반도체나 LCD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컴퓨터 등이 해당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와 같은 금융계열사도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내부효율에 강한 삼성의 특장점이 제대로 발휘돼 높은 입지를 구축했다.

협력체제가 약해 성과를 내지 못한 계열사가 계열 분리된 이후 잘나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망한 삼성자동차도 삼성그룹에서 르노로 경영권이 이관된 이후에는 좋은 실적을 유지했다.

삼성테스코도 영국 테스코가 경영권을 행사한 이후에는 할인점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1987년 삼성정밀을 삼성항공으로 회사명을 변경해 항공우주산업에도 진출했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제조 전문기업 삼성그룹의 강점은 제품 생산의 운영효율성에서 나온다. 동일한 장비와 시설을 가진 경쟁 기업과 비교해도 수율이 월등하게 높다. 체계적인 ‘관리의 삼성’의 장점이 오차와 낭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높이는 주체는 사람, 즉 삼성맨이다. 삼성도 종합백화점식의 사업 운영을 지양하고 삼성맨이 효율성을 가진 사업군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사업구조를 유지하려면 삼성의 기업문화 전략을 바꿔야 한다.

현재 기업문화를 최상위 문화로 포지셔닝하고 개별 계열사의 사업에 필요한 하위 문화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새 기업문화가 조직의 정체성(identity)으로 굳어져야 삼성이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사업에서 골고루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업문화 혁신 전략은 쿠르트 레빈(Kurt Lewin)이 주장한 조직변화 3단계 모델처럼 해동(Unfreezing), 변화(Changing), 재동결(Refreezing)을 거쳐여 한다.

구성원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고 새로운 기업문화를 학습하도록 한 후 조직과 일치시켜야 한다. 조직심리학을 연구해 기업문화 혁신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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