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업문화 대전환] 56. 한국 대기업에 필요한 것은 노사간의 신뢰... 계선보다 참모조직이 권력을 잡으면 신뢰 파괴
대기업 오너와 경영진이 직원에게 성과급 양보해야... 직원 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성과 배분 검토해야
민진규 대기자
2026-04-21
이란 전쟁으로 국내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의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붐으로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좋아지며 성과급을 지급하는 비율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성과급 논란은 SK하이닉스에서 출발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사는 2025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합의했다.

2025년 실적이 좋았던 SK하이닉스의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직원의 불만이 커졌다.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1000%였던 상한마저 없앴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에서 출발한 대기업의 성과급 논란은 노사 갈등에서 비롯됐다. 직원이 기업의 성과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 기업문화 대전환 - 삼성그룹 표지 [출처=엠아이앤뉴스]


◇ 대기업 오너와 경영진이 직원에게 성과급 양보해야... 직원 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성과 배분 검토해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2026년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파업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성과급 지급율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면서 업계 상위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합의하지 않고 파업이 예고대로 진행되면 약 30조 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한 적자를 내는 사업부 소속 직원이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기업이 좋은 성과를 달성하면 주주, 경영진, 직원, 협렵업체, 지역 주민, 지방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기업은 오너와 소수 경영진이 성과를 독차지하는 관행이 유지되는 편이다. 삼성전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과급 불만도 비슷한 상황에서 나왔다고 보여진다.

삼성전자의 성과는 반도체 사업의 미래를 확신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오너와 경영진이 주도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영진 밑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 즉 기업문화 DAN 4의 요소인 조직(Organzation)의 역할도 작지 않다.

일부 언론은 삼성전자의 저력이 이재용 회장이나 경영진에서 나오고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삼성전자도 망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친다. 하나만 알고 열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오늘의 삼성전자는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삼성맨이라 불리는 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한국 정부 등 모두가 노력한 결과물이다.

어떤 면에서는 보면 이재용 회장보다 더 유능한 인재가 삼성전자 내부에 다수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직원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주식을 보유한 오너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배당금을 받을 뿐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막대한 차액을 얻기 때문에 급여나 성과급을 많이 받지 않아도 된다.

평범한 직원들에게 영업이익의 10~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마저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벤처기업은 순이익의 3분의 1을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대기업은 벤처기업과 달리 시설투자나 사업확장에 자금이 필요하므로 순이익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원에게 보상을 최소로 하겠다는 발상은 바꿔야 한다.

삼성전자가 존경받는 위대한 기업, 위대한 직장(GWP)이 되기 위해서는 삼성맨이 혁신을 주도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과급 논란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


▲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2026에 참가한 SK하이닉스의 부스 이미지 [출처=홈페이지]


◇ 국대 대기업에 필요한 것은 노사간의 신뢰... 계선보다 참모조직이 권력을 잡으면 신뢰 파괴

집단주의와 유교의 영향을 받은 국내 대기업의 조직은 군대식의 엄격한 위계질서로 운용된다. 상명하달(上命下達)의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 상급자에 집중된 권한과 정보 등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졌다.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대기업의 기업문화는 직원의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한다. 변화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리더와 상급자가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상 새로운 직원의 아이디어나 지식의 도입은 어렵다.

다시 말해 현재의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한 대기업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너와 경영진이 아무리 정장을 입지 말고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라고 외쳐도 직원은 윗사람의 눈치만 본다.

다른 동료와 다르게 행동하면 조직생활이 원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변화를 선도하려 하지 않는다. 과거삼성그룹이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7·4제를 도입했을 때를 기억해보자.

도입 처음에는 감히 오전 7시에 출근했다고 하더라도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직원은 없었다. 강제로 사무실 문을 잠그고 단전을 하자 어쩔 수 없이 퇴근했던 직원들은 회사 인근에서 저녁을 먹고 경영진이 퇴근한 후 사무실로 돌아욌다.

2010년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이 ‘위기론’에 이어 ‘혁신’을 주문하고 본인이 직접 본사에 출근하는 ‘출근경영’으로 조직을 채근헸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유연근무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하고 재택근무도 시범적으로 운용했지만 정착되지 못했다. 수십 년간 상사의 눈앞에 있어야만 마음이 편했던 직원이 재택근무가 정리해고의 전 단계라고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기업에 필요한 것은 노사간의 ‘신뢰’다. 그러나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조직은 군대식 문화에 젖어 있는데 사고와 행동은 자유롭고 혁신적으로 하라고 요구한다.

오랫동안 눈칫밥을 먹은 직원은 회장이 외치는 구호 속에 ‘뭔가 모르는 숨은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회장의 ‘진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가신이나 참모 주위로 사람이 몰려들고 이들의 해석에 따라 조직이 움직인다.

대기업의 계선조직이 아니라 참모조직이 막강한 권력을 누린 이면에는 조직 내에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음을 형성하는 출발점은 대기업 회장 자신이 돼야 한다.

대기업의 성과가 합리적으로 배분되고 기업문화 혁신의 과실이 가장 먼저 직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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