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업문화 대전환] 62. 청년의 롤모델로서 대기업 오너의 역할... 재벌은 사회적 책임보다 이익 추구를 너무 우선해
이건희 회장의 롤모델로서 역할은 제한적... 존경받으려면 법·도덕을 솔선수범해 지켜야
민진규 대기자
2026-07-21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어른이 없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흔해졌다. 어른은 '단순히 나이가 든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사람'으로 롤모델(Role Mode)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은 태어나 돈, 명예, 권력 등을 추구하며 살아가게 된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사회 구성원 모두 더 많은 재산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는 명예나 권력보다 돈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기업을 확장하고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돈을 버는 과정 자체도 중요하다. 기업가가 추구해야 하는 인생 가치와 여정을 정리하며 다음과 같다.


▲ 윤리경영으로 100년 기업이 되자 표지 by 민진규 교수 [출처=엠아이앤뉴스]


◇ 재벌은 일제시대부터 역사가 시작됐지만 존경받지 못해... 사회적 책임보다 이익 추구를 너무 우선해

1910년 대한제국이 멸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시작되며 한반도에서도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일본의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조선에 지사나 공장을 설립했다.

일본으로부터 자본주의를 배운 우리나라 일부 지주들은 농사보다 기업으로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농업보다 제조업이나 유통업이 성장 전망이 밝으며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1924년 전라도 장성에서 창업한 삼양그룹, 1938년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한 삼성그룹, 1947년 부산에서 출발한 LG그룹, 1947년 서울에서 일어선 현대그룹 등이 아직도 망하지 않고 살아 남은 대표적인 대기업이다.

일제 시대에 피식민지 백성인 조선인이 회사를 설립해도 일본 기업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기보다 쌀이나 생활용품의 유통업부터 시작하며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개별 기업마다 출발점이 달랐고 창업자의 재산, 학력, 명성 등이 다양했다. 간략하게 비교하면서 청년의 입장에서 어떤 점을 벤치마킹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자.

우선 모든 창업자가 모두 부자 출신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대지주 출신으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자본금을 갖고 있었다. 삼양그룹, 삼성그룹, LG그룹 등의 창업자는 농토를 많이 가진 대지주 출신으로 자본을 쉽게 확보했다.

반면에 현대그룹의 창업자는 강원도 산골의 농민 출신으로 다른 창업자와 자본금의 규모부터 달랐다. 자본금이 많다고 사업의 성공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유통업은 자본의 여유가 사업의 승패를 좌우한다.

삼양과 삼성은 자신의 농토에서 수확한 쌀의 유통이나 가공업으로 자본금을 축적했다. 반면에 LG는 화장품의 제조와 유통으로 사업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음으로  창업자 대부분은 신학문을 배웠거나 학력이 높은 편이었다. 전라도 지역 대지주의 아들인 삼양 창업자 김연수는 일본에 10년 동안 유학했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인 교토제국대를 졸업했다.

삼성을 세운 이병철 회장은 일본에 유학을 가서 최고 수준의 명문인 와세다대를 다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중퇴했다.  LG를 시작한 구인회 회장은 일제시대에 고향인 진주를 떠나 서울로 유학을 와서 고등학교만 졸업했지만 당시로서는 높은 학벌에 해당됐다.

현대 정주영 회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쌀 장사를 시작으로 자동차 수리소, 건설업 등으로 대기업을 일궜다. 공부에는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지만 장부를 관리하는 부기는 잘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명성으로 보면 정주영 회장과 이병철 회장이 가장 앞선다. 삼양은 설탕, 식품 소재, 화학 및 섬유 등의 사업을 영위하며 아직도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10대 그룹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LG는 삼성과 인척관계를 유지하며 쌍벽을 이루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창업자 자체가 대외적인 활동에 소극적이었다. 반면에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중앙일보, 동양방송 등의 언론 사업에도 뛰어들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1992년 정당을 창당하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하며 권력에 대해 야망을 드러났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김대중정부에서 추진한 대북사업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

2026년 7월 현재 대한민국 청년이 존경할만한 대기업 창업자가 누구일까?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츠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 가즈오 이나모리(稲盛和夫)와 같은 창업자는 없다고 본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확고한 자신만의 경영철학,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인식, 혁신적인 노력 등을 가진 창업자는 1명도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1945년 일제 압제에서 해방된 이후에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지만 이윤을 남기는 방식이나 담합은 잘 배웠지만 공동체에 대한 배려는 크게 부족했다. 안타깝지만 다수 청년이 존경하는 창업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 기업문화 대전환 LG그룹 표지 by 민진규 교수 [출처=엠아이앤뉴스]



◇ 이건희 회장의 롤모델로서 역할은 제한적... 존경받으려면 법·도덕을 솔선수범해 지켜야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일부 언론에서 그를 ‘경영의 신’이라고 불렀고 '한국을 빛낸 위대한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 내용을 살펴 보면 대학생이나 청년이 존경하는 사람의 순위에서도 항상 상위에 랭크된다고 한다. 삼성을 비난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를 부러워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건희 회장의 혁신적인 사고나 노력보다는 엄청난 재산을 더 부러워했던 것처럼 보인다. 이 회장이 과연 한국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롤모델은 닮고 싶어하는 이상형이어야 함은 물론 실현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롤모델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 구글*Google)의 래리 페이지, 메타(Meta)의 마크 주크버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재벌 상속자가 아니었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고 혹은 창업한 기업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롤모델로 꼽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 회장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국 젊은이의 롤모델이 되지도 않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본다. 롤모델은 건전한 사회활동을 영위하는 모범적인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1995년 베이징에서 ‘경제는 2류지만 정치는 4류’라고 불평했지만 한국 정치를 부패하게 만든 공범은 재벌이다. 재벌이 개발독재 시대에 정치와 연계해 사업을 독점하고 특혜 금융을 받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정치인을 뇌물로 부패시켰다는 사실(fact)은 부인할 수 없다.

롤모델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으로 보면 이건희 회장은 한국 젊은이의 롤모델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흠’은 많지만 결과가 좋으니 국익 차원에서 용서하고 화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과가 좋으니 과정에 대해서는 용서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지만 사후에 일정 부문 사회에 기여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강조하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설득을 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삼성이 돈과 권력을 갖고 있는데 '누가 감히 비난하느냐;는 식으로 안하무인(眼下無人)해서도 안 된다.

많은 국민이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부러워하지만 존경하지 않는 이유도 명백하다. 필자는 삼성이 과거의 문제로 망하기를 바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건희 회장이 사회로부터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인간 이건희가 한국 젊은이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는 것이 한국에도 유리하다. 독불장군으로 황제경영을 영위했고 소통에도 약했지만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경영자 이건희의 능력은 인정해줘야 한다.

다만 이건희 회장도 한국 최고의 부자로 살았지만 사회로부터 전폭적인 존경을 받지 못한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전철을 밟았다. 아쉽지안 엄연한 현실이다.

이건희 회장이 존경을 받고 청년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면 누구보다 먼저 법과 도덕을 솔선수범(率先垂範)해 지켰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최고의 부자로서 부러움은 받았지만 존경받는 인생은 살지 못했다고 본다. 다른 재벌 기업의 창업자나 오너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재벌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성경에 '부가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지나는 것과 같이 어렵다'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경영의 신'이니 하며 존경받는 기업인이 적지 않으니 성경 구절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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