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보기관 개혁] 04. 정보사의 임무 조정과 역량 강화 방안... HID도 글로벌 작전 능력 보유하려면 인재 육성 강화해야
군사독재시절 정치에 동원된 불행한 역사로 정치적 중립 추구... 정보특기 이외 출신자의 지휘관 임명 근절해 인사 독립 보장
민진규 대기자
2025-10-17
2003년 방영된 영화 ‘실미도’는 북파 공작원의 훈련과 제거 과정을 그려 큰 인기를 끌었다. 실미도 부대는 1969년 1월 21일 북한 124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한 사건을 보복하기 위해 공군에 창설한 684부대를 말한다.

공군 정보부대는 2년 동안 인천 영종도 옆에 위치한 무인도 실미도에 훈련장을 만들어 북한 김일성을 암살하기 위한 정예 공작원을 양성했다.

하지만 1970년대 초 미국 정부가 한반도에 데탕트 정책을 시행하며 남북한에서 긴장이 완화되며 공작원을 파견하기 어려워졌다.

1971년 8월 24명의 부대원은 훈련장을 무단 이탈해 서울로 이동했다.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영등포까지 진출했지만 한강을 넘지 못하고 진압당했다. 현장에서 투항한 부대원 4명도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생을 마감했다.

필자는 공군 정보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에는 ‘영종도 사건’으로 알려졌던 ‘실미도 사건’에 대해 접했다. 군사비밀로 분류돼 은밀하게 유통되던 내용이 영화로 제작되며 감회가 새로웠던 기억을 갖고 있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군사독재시절 정치에 동원된 불행한 역사로 정치적 중립 추구... 12·3내란에 HID 동원하며 위기 자초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저녁에 발동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에 국군정보사 소속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라는 용어가 인구에 회자(膾炙)되며 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다시 떠올렸다.

윤 전 대통령이 발동한 비상계엄령은 국회의 결의로 해제됐지만 정보사 소속 HID 요원이 주요 군사 시설 파괴와 요인 암살 임무를 할당받아 실행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HID 요원은 직속 상관의 명령에만 복종하기 때문에 실제 명령자를 파악해야 공작 임무 중단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요원은 국내 일부 지방공항을 폭파해 사회적 혼란을 유도하고 일부는 비상계엄령에서 체포자 명단에 포함된 정치인을 암살할 것이라는 소문이 횡행했다.

특히 설악산부대라는 조직이 핵심이며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가 비상계엄령을 발동하기 직전에 부대를 방문해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정보사는 국군방첩사령부와 마찬가지로 군사독재 시절 다양한 불법행위와 일탈행위에 동원된 역사를 갖고 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HID 소속 4명의 요원은 출근하는 중앙일보 자매지인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기자를 대검으로 찔렀다.

이 외에도 문익환 목사와 민추협 의장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 침입 등의 공작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군대 내 방첩활동을 담당하는 방첩사와 달리 북한을 대상으로 비밀공작을 수행하는 부대 임무 속성상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거나 쿠데타와 연루되지는 않았다.

정보사는 정보 특기를 부여받은 병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현역 장교 신분이라고 해도 외부인이라면 정보사의 조직이나 임무를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HID는 정보사 내부에서도 소수 한정된 인원에게만 접근이 허락된 조직이다.

그러한 HID가 비상계엄령의 주모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개인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노상원 전 사령관을 매개로 군사 반란의 한복판에 나온 셈이다. 노상원은 당시 사령관이었던 문상호를 설득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조를 구성했다.

노상원 등은 비상계엄령을 실행하기 오래 전부터 비밀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측근 위주로 지휘부를 구성했다. 특히 HID를 동원하기 위해 정보 분야에 잔뼈가 굵어진 책임자를 임무에서 배제했다.

HID는 부대의 구성이나 운영, 훈련 과정에 대한 내용을 철저하게 비밀로 보호하고 있으며 외부 인력에 대해 배타적인 순혈주의(純血主義) 전통을 유지하는 편이다.

필자는 정보기관에 근무할 당시부터 HID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으며 전역 이후에도 관련 인사들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전역자 단체와 협력하거나 전역자와 공동의 목표로 노력한 일도 적지 않았다. 전역 후 일자리를 모색하거나 제2의 인생을 계획하며 도움을 요청하며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 편이다.

◇ 정보특기 이외 출신자의 지휘관 임명 근절해 인사 독립 보장... HID도 글로벌 작전 능력 보유하려면 인재 육성 강화해야 

개인적으로 국정원이나 방첩사와 마찬가지로 정보사에도 애정이 깊은 편이다. 강연이나 외부 행사에서 만나는 정보사 출신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보사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혁 과제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국방부는 정보사령관이나 주요 지휘부에 정보 관련 경험이 없는 장교를 보임하지 않도록 내부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일부 장교가 군 생활에 유리한 병과를 받고 정보와 무관한 경력을 쌓아 승진한 이후에 지휘관으로 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교나 부사관은 임관 시에 자신의 특기를 부여받는데 정보는 보병이나 군수, 행정과 다른 특수병과에 해당된다. 정보 특기는 보직이 제한되어 있고 소수라 승진도 더딘 편이다.

따라서 장군 진급을 꿈꾸는 육군사관학교나 ROTC 출신 등은 정보병과를 선호하지 않는다. 정보 병과를 위한 자리에도 타 병과 출신이 승진해 밀고 들어오는 사례도 많은 편이다.

막중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경력을 이어온 정보병과에게는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은 황당한 인사가 반복되면 이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다. 정보사의 임무는 방첩사 못지않게 중요하며 일반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는 비밀임무도 많은 편이다.

김용현이나 노상원, 문상호와 같은 일부 정치군인들이 정보사의 기강과 역사를 훼손하는 상황이 재현되면 안 된다. 오홍근 테러 사건 당시에도 이진백 사령관이 관여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초래됐다.

둘째, 정보사는 HID를 본연의 임무 외에 동원하지 않도록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합리적인 인사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사령관도 국가안보에 필요한 임무가 아니라면 부여해서는 안 된다. HID가 국내에서 비밀공작을 수행할 근거도 없고 필요성도 낮다.

이번 비상계엄령 당시에는 블랙요원에게 부여했던 민간인 납치나 지방공항 폭파 등은 평상시 HID에 부여된 임무와는 무관하다. 또한 HID 부대장은 낙하산이 아니라 구성원으로부터 존경받는 내부인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임 사령관이었던 노상원과 문상호는 불법적인 군사 반란 임무에 HID를 동원하기 위해 지휘관을 무리하게 교체했다. 인사상 특혜를 입은 낙하산 지휘관은 최정예 HID 요원을 수도권으로 파견해 비상계엄령을 실행하는데 기여했다.

현재 비상계엄령에 동조했던 노상원, 문상호 등은 군사재판을 받고 있지만 HID 지휘관이나 관련자에 대한 인사 조치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고 다시는 불법적인 임무에 동조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셋째, 정보사는 다양한 비밀공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우수 인재 확보에 주력해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HID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한 대북 비밀공작 역량을 잘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미비점이 적지 않다.

노상원이 비상계엄령에 끌어들인 중·대령급 장교를 포섭할 때 제공한 미끼기 진급이었다. 직업군인이 퇴직하면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한 계급이라도 더 올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장교는 뇌물까지 갖다 바쳤다.

HID 소속 요원은 체력이 좋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인재로 구성됐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글로벌 시대에 보조를 맞춰 다양한 국가 및 지역에서 비밀공작을 수행할 언어능력, 상식, 소양 등을 충분하게 갖춘 것은 아니다.

미국 해군의 네이비 실(Navy SEAL)이나 육군의 델타포스(Delta Force) 등 특수부대가 해외에서 다양한 군사작전을 수행하며 역량을 강화하는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

무기와 장비의 운용법부터 시작해 특수작전 계획 수립, 대민관계 수립 등도 중요한 자질에 속한다. 미군 특수부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혁혁한 성과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최근 국방부가 HID를 정보사에서 독립시켜 국방부 정보본부장 산하로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정보기관의 특성과 개혁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우려스럽다.

정보사의 핵심 전력이 HID인데 이를 무시한 처사일 뿐 아니라 인간정보(HUMINT)와 비밀공작활동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면 12·3 비상계엄령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HID는 일부 부정적인 성장 역사에도 국가안보에 없어서는 안 될 정보조직이라고 봐야 한다. 일부 정치 군인과 정치인이 불법 혹은 부정한 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만 확보하면 충분하다.

정보사는 국가정보원, 방첩사와 더불어 국가안보를 책임질 핵심 국가정보기관이므로 정파적 이익이나 단기적 고려에 따라 개혁하면 안 된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국방부의 개혁 방향이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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