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디아스포라] 33. 민족의 개념 정립과 구성 요소... 한민족의 흰옷도 박달나무에서 유래
18세기 민족에 대한 인식 정립 후 제국주의에 활용... 21세기에는 민족 개념 적합하지 않아
민진규 대기자
2026-09-28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민족(民族·nation)이라는 단어는 역사라 오래된 용어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근대사회 이후에 확립된 개념이다. 중세가 종료되고 난 이후 수많은 국가가 탄생하고 소멸한 주요인 중 하나가 민족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인권과 민주주의가 강조된 이후 민족주의는 인류 역사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제국주의 탄압에 저항한 가장 강력한 동인(Key Driver)으로 작용한 것이 민족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과 전쟁의 원인도 민족이다. 1990년대 글로벌화가 진행되며 민족이라는 용어 대신에 글로벌 시민(global citizen)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며 새로운 인류도 탄생하는데 이들을 신종족(新種族)이라고 부른다. 신종족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들어낸 가상 세계에서 안주해 살거나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민족이라는 단어의 유래나 발전 역사, 한계점 등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디아스포라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민족에 대한 인식이 강한 편이다 더욱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묘사한 그림 [출처=위키피디아]


◇18세기 민족에 대한 인식 정립 후 제국주의에 활용... 21세기에는 민족 개념 적합하지 않아

민족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nation’이며 서양에서 ‘nation’은 국민과 민족이라는 2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영어에서 ‘nation’은 ‘국민’과 ‘국가’로 번역된다.

국민은 ‘해당 국가의 국적(시민권)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민족이라는 영어는 ‘folk’나 ‘ethnic group’이 있는데 특정 집단(group)이나 문화(culture)라는 뜻도 갖고 있다.

일반인은 민족을 ‘혈통에 의해 형성된 집단’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인류학에서는 ‘오랜 기간 특정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언어, 풍습, 문화, 전통 등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본다.

일본이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민족보다는 국민(國民)으로 번역했다. 국민은 특정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일본은 1880년대 이후 영국보다는 독일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영국과 같이 자유분방한 민주주의보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국가주의가 일본을 강대국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국가에 소속된 사람을 지칭하는 ‘국민’이라는 용어보다 단일 역사 문화 공동체로 인식하는 ‘민족(ethnic group)’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로마인은 ‘국민’과 ‘부족’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natio’를 로마인과 대비되는 외국인으로 인식했다. 반면에 ‘populus(people)’는 단일, 순수한 정치적 공동체, 주권과 일체화된 정치적 실존으로 이해했다.

중세에 접어들면서 ‘natio’는 부정적인 외국인에서 의견 공동체, 동향 집단의 대표 등을 거쳐 보통 사람과 구별되는 귀족이라는 의미로 통용됐다. ‘populus(people)’은 순수한 정치적 공동체에서 주권을 가졌지만 도둑, 파괴자 등 부정적 의미의 하층민을 지칭할 때 사용됐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절대 왕정에 반대하는 의회, 의회를 대표하는 엘리트층을 ‘natio’라고 불렀다. 영국도 앵글로족과 색슨족 등이 함께 거주하는 국가이며 중세에는 민족보다 종교가 응집력을 발휘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국가(nation)의 정체성과 민족에 대한 의식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으로 민족은 국민과 같이 출생으로 주권을 보장받았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자연적 인간(natio)’이 정치적 시민(citizen)으로 진화했다.

일반적으로 민족(民族)은 ‘인종, 문화, 언어, 역사 또는 종교와 같은 전통으로서 정체성을 갖는 인간 집단’으로 정의한다. 현대의 민족은 주권적 대중(大衆)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민족이라는 용어 자체가 근대의 유산이므로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족보다 글로벌 시민(global citizen)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리는 시대다.


▲ 한인 디아스포라-역사와 미래 표지 by 민진규 교수 [출처=엠아이앤뉴스]


◇ 민족의 구성에 대한 객관적 및 주관적 요소... 한민족의 흰옷도 박달나무에서 유래

민족은 공통 조상과 영토에 기초한 사회 집단, 특정 영토에서 만들어진 혈연 공동체, 시간적으로 깊이 있는 원주민 공동체(community)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민족은 단군을 최초의 조상으로 섬기며 한반도라는 지역에서 탄생해 성장했다. 단군 조선에서 출발해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을 거쳐 5000년 동안 민족적 교류나 변화가 없이 단일 혈연 공동체를 유지했다.

아시아 대륙의 끝에 위치한 반도라 외부인의 유입이 많지 않았던 것도 단일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중국이 다양한 이민족의 침입과 융합으로 자연스럽게 다민족 국가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민족은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로 구성된다. 전자는 혈연, 영토, 언어, 종교, 생물학적 공통성, 역사적으로 진화하고 공간적으로 확대되며 가족보다 크고 복잡한 집단, 대면 관계를 초월한 집단으로 민족을 인식한다.

한민족은 주변국인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 종교는 한중일 3국 모두 불교와 유교를 기반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인은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깔, 얼굴의 형태, 신장의 크기 등이 매우 유사해 중국인, 일본인과 구별된다.

객관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시민적 민족주의는 민족을 공통의 정치적 가치나 신념의 관점에서 식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타적이지 않으며 포용적인 측면이 강하다. 객관적이라는 말 자체가 외부에 드러난 요인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후자는 적극적인 소속감과 의지의 중요성, 서로가 특정 민족에 속한다고 느끼는 주민이 필요하며 강한 친밀감과 동질감 형성, 주관적으로 상상하는 과정에서 신화적인 요소가 개입해 역사를 과정 및 왜곡, 민족 형성에 있어서 신화와 상징의 중요성 등을 포함한다.

주관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종족적 민족주의는 혈통이나 혈연을 강조하고 배타적이다. 한국인이 일본의 압제를 거치며 단일민족을 강조하고 외국인에게 배타적이었던 이유도 혈통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멀게는 고려 말 원나라에 공녀로 보내졌던 여성이나 조선 중기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노예로 잡혀가 탈출했던 여자들은 모국에 돌아와서도 차별과 냉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깝게는 6·25 전쟁과 그 이후 미군 병사와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의 사정도 비슷했다. 혼혈아 대부분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해외로 입양됐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싹튼 후 만들어진 건국 신화도 절대자나 신(god)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선민사상을 키우기 위한 목표로 창조됐다. 우리나라 단군 신화도 곰과 호랑이라는 토테미즘을 융합하며 흰옷과 박달나무라는 상징을 내세웠다.

곰과 호랑이는 이러한 동물을 숭상하는 부족일 것으로 추정된다. 곰은 인내심이 강한 반면에 호랑이는 성격이 조급하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곰의 특성과 정신을 살리는 것이 좋다고 본 것이다.

박달나무는 한민족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시베리아 바이칼호수부터 백두산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겉껍질이 흰색이다. 흰색은 혈통이 순수하다는 의미와 평화를 상징하므로 외세의 침입에 무기력하게 당했던 이유를 정당화시키기에는 적합한 소재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한민족을 흰옷을 즐겨 입고 평화를 숭상하는 민족이라고 지칭한다. 한반도 북부 지역에 많이 자생하는 박달나무의 외피 색깔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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