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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타겟(target)으로 시작한 관세 전쟁의 유탄이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한국 등에 떨어지며 경기 침체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우리나라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쟁의 포화속에서 진로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등도 비슷한 처지로 내몰린 상황이다.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정보통신기술(ICT) 선도국가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AI 시대의 변방으로 뒤쳐졌다.2023년 3월 공개된 챗GPT(chatGPT)가 관행이나 기억에 의존하는 관리자의 밥그릇을 깨는 중이다. 화이트칼라 근로자나 지식인 모두 자기혁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관리부실로 일어난 여러 가지 실수... 관리 중심에서 혁신을 위한 도전 추진하지만 성과 미흡완벽하다고 자부하는 관리의 삼성그룹도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사소한 실수도 있지만 기업의 존속 자체를 어렵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주요 사건을 시대순으로 정리해보자.현 삼성물산 건설부문인 삼성종합건설은 1993년 부산광역시 구포역 열차사고를 냈다. 대표이사는 구속되고 법인은 6개월 간 영업정지를 당했다.당시 사고는 삼성종합건설이 안전지침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지하 발파작업을 함으로써 지반이 침하되어 발생했다.사고 이후 사명을 삼성건설로 바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끝내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지 못했다. 1996년 삼성물산에 흡수합병되며 삼성건설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삼성항공은 1995년 경상남도 창원의 군공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감사원의 조사결과나 나오자 건설업 면허를 자진 반납했다. 항공회사가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건설사업을 시작한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06년 11월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개업 9주년 기념으로 고급자동차인 페라리 360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3만9000장의 경품 응모권이 배포됐고 당첨자가 모두 444명이나 나왔다.경품 응모권이 잘못 인쇄돼 발생한 사고였다. 결국 고객에게 사과하고 재추첨해 3명 만 당첨시켰지만 기업의 신뢰도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이후에도 삼성은 유통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2008년 삼성의 전문기업인 삼성SDS도 직원의 사소한 실수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을 갱신하지 않아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정보통신공사업법에는 사업자 등록을 3년마다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신고를 누락할 경우 1년 이하의 영업정지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삼성SDS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2011년 1월 법원으로부터 영업정지 20일의 처분을 받았다. 갱신날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직원의 실수 때문에 회사 측 추산 약 17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2011년 4월 삼성카드에서 일어난 사건은 더욱 황당하다. 삼성SDS 직원이 삼성카드 직원에게 부탁해 65억 원어치의 기프트 카드를 외상으로 발급받아 횡령했다.다른 카드회사와 달리 삼성카드는 우수 거래 고객이나 법인 고객에게 외상 거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65억 원이나 되는 외상을 담당 직원이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전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40억 원을 소위 말하는 카드깡으로 현금화했는데 이를 차단할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관리의 삼성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다.이제 삼성의 관리형태도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이병철 회장은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했지만 이건희 회장은 창의성과 효과성을 중시했다.이병철 회장은 경쟁적 문화를 도입해 업적 제일주의, 일등주의를 표방했지만 이건희 회장은 협력적 문화를 도입헤 공존과 신뢰 제일주의를 지향했다.이건희 회장의 사후 삼성의 관리형태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은 관리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삼성의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 자기혁신형으로 관리조직을 바꿔야...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초격차 전략'마저 사라져1938년 창업한 삼성은 87년 동안 ‘관리’를 슬로건으로 삼았지만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맞게 관리의 개념도 바꿔야 한다. 시장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므로 관리도 변하는 것이 순리다.▲ 환경 대응과 경영 행동에 따른 기업문화 행태의 분류 [출처=삼성문화 4.0]위의 그림은 경영행동의 방향과 환경에의 대응이라는 지표로 기업문화의 행태를 분류한 것이다. 경영행동을 외부지향과 내부지향, 환경에의 대응을 도전적과 보수적으로 구분해 기업문화를 자기혁신형, 분석중시형, 공감중시형, 관리중시형으로 나눴다.자기혁신형은 성장과 경쟁에서 도전을 중시해 시장과의 밀착과 대응력 강화를 지향한다. 분석중시형은 경쟁력의 기반이 비용 경쟁력에 있다고 판단해 생산효율과 관리효율을 강조한다.공감중시형은 위험회피와 지위의 안정을 중시한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 로열티를 높이고 시장의 안정화를 꾀한다. 관리중시형은 경쟁에서 협조관계와 기업 내의 질서유지를 지향한다.4가지 기업문화에 삼성의 관리문화를 적용해보면 삼성의 관리형태는 관리중시형이었지만 현재는 공감중시형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환경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보수적이지만 기업 내부를 지향하던 경영행동은 이제 외부로 향하고 있다. 여전히 위험을 회피하고 변화를 거부하려는 특성을 보인다.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업무 자세보다는 자신의 자리와 기업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관심을 가진다. 즉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관료적인 문화를 가진 삼성의 관리조직은 감시·감독자가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구성원의 전략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나 변화의 추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삼성의 관리조직이 전략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업활동 전반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 전략적인 분석능력, 전략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변화의 추진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변혁의 촉진자로서 시스템 분석능력, 조직변혁 기술을 갖춰야 한다. 시스템 분석능력은 고도의 지식노동이 필요한 영역이다.관리도 통제가 아니라 지원과 서비스 업무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주창했던 창의적 경영은 공감중시형이 아니라 자기혁신형으로 가야 꽃을 피울 수 있다.자기혁신형은 새로운 시장과 제품에 도전하도록 의지를 이끌어내고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을 키운다. 결국 이건희 회장도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며 조직의 민첩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21세기 기업경영 화두는 비용이나 관리가 아니라 속도와 민첩성이라는 점도 삼성이 관리형태를 바꿔야 하는 이유에 속한다.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민첩하지 못하면 망한다.시대를 앞서간다는 삼성전자마저도 1등에 안주하다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초격차 전략'을 잃어버렸다. 기술적 우위를 잃어버린 기술기업의 미래는 없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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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8▲ 4월 19일 삼성전자 인재개발원(경기도 용인)에서 삼성전자 감독관이 삼성직무적성검사 응시자를 대상으로 예비 소집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삼성전자]삼성그룹(회장 이재용)에 따르면 2025년 4월26~27일 이틀간 입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했다.이번에 GSAT를 실시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16개사다.삼성은 2025년 3월 지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상반기 공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GSAT를 비롯해 5월 면접, 건강검진을 거쳐 신입사원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GSAT는 종합 사고 역량과 유연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검사다. 삼성은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부터 삼성직무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다.이에 지원자들은 독립된 장소에서 PC를 이용해 응시할 수 있다. 삼성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시험 일주일 전 예비소집을 실시해 모든 응시자의 네트워크 및 PC 환경을 점검했다.삼성은 공채를 통해 청년에게 공정하고 안정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능력 위주의 채용 문화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다.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도입한 후 약 70년간 제도를 지속하며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삼성이 상·하반기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채는 청년 취업 준비생들에게 예측 가능한 대규모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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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SK하이닉스의 홍보자료 [출처=홈페이지]삼성그룹이 창업을 하던 1930년대 말부터 그룹으로 형태를 갖춘 1950년대 중반까지는 물자와 인력의 부족으로 효율성을 내세운 관리가 불가피하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원자재 가격과 생산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던 시기에는 계열사가 잘못된 경영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초래될 불필요한 낭비가 없도록 중앙집권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했다.현대그룹, LG그룹, SK그룹 등가 같은 다른 대기업의 상황도 삼성과 유사해 국내 기업은 관리가 중시되는 관료제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고 조직문화는 보수적이 되었다.삼성의 조직이 보수적이 되면서 사람, 즉 삼성맨도 보수적이 되었다. 기업문화 4 요소인 조직에 있어서 기업의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보수적 문화를 먼저 타파해야 한다.결과적으로 보수적인 삼성의 관리문화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삐걱거리므로 새로운 관리문화의 정립에 차질이 생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외형을 중시하는 관리 문화... 일본 및 미국의 선진 사례만 답습하려다 정작 국내 경쟁사에 밀려삼성하면 떠올리는 것이 ‘관리’라는 단어다.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기업은 대부분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장점이다.제조업이란 대규모 시설을 일사분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복합한 생산공정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이 모든 공정을 통제하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이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관리 요소가 된 것이다. 서비스업과는 달리 제조업은 직원의 개성이나 창의성보다는 통일성이 필요하다.이런 점에서 보면 삼성의 기업문화는 제조업의 특성에 적합하게 운용됐다고 볼 수 있다. 물자가 부족한 시절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관리가 중요했기 때문이다.삼성에 교환근무를 하거나 업무상 삼성 직원과 교류가 많은 공무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삼성이 공무원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외형을 중시하는 삼성의 기업문화에 대한 일화는 많다.삼성연수원에서 신입사원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하는 카드섹션도 삼성의 관료주의가 낳은 획일화된 모습이다. 삼성의 카드섹션은 북한 집단체조의 소규모 형태다.그룹의 회장이나 계열사 사장 등 높은 사람이 참석하는 행사나 이벤트는 모두 사전에 철저히 계획되고 준비한다. 지원부서는 본연의 업무보다 행사와 의전 같은 부차적인 준비업무에 더 치중한다.기업의 가치에 별 영향을 없고 오히려 비용면에서 강한 소모성 행사에 유한한 자원을 우선적으로 할당하는 것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리문화에도 맞지 않는다.직원이 외부에 보이는 것에 목숨을 거는 것은 오너와 경영진의 정책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행동방식이 잘못됐다고 탓하기 어려운 이유다.삼성의 외형 중시 문화의 결정판은 보고서이다. 관료는 ‘보고서로 말한다’는 말이 있지만 대기업의 직원도 보고서로 평가 받는다.주요 경영진에게 제출되는 보고서는 자체적으로 준비하기보다는 대부분 컨설팅회사의 도움을 받는다. 내용의 질과는 무관하게 화려한 차트, 표, 이미지 등이 들어가야 경영진의 관심을 끌 수 있다.콘텐츠의 질(qality)보다는 화려한 배열과 수식어를 더 중시한다. 일본식 경영을 금과옥조처럼 따르던 1990년대 중반까지는 일본 기업의 사례가 들어가지 않으면 부서장 이상이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현재는 미국계 컨설팅업체들이 제시하는 서구 기업의 사례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보다 규모가 작은 그룹의 사례도 철저하게 무시하는 편이다.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이러한 경영행태는 삼성전자에게 득(得)보다 독(毒)이 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고 가전은 LG전자와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보고서는 수행한 업무를 평가받기 위해 만드는 것이고, 계획서는 어떤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보고서나 계획서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가와 실천이 더 중요하다.문서는 문서일 뿐이다. 업무 중 문서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정작 열심히 준비한 계획은 계획으로만 존재하고 보고를 하고 나면 업무에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글로벌 기업 삼성의 경영진은 이미 세부적인 수치를 보고 경영을 하기보다는 거시적 트렌드를 예측하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진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그렇다면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은 지양해야 하고, 화려한 말잔치에 불과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조직의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 연구개발부터 모든 조직은 관리의 보조로 전락... 창의·혁신이 중요함에도 구태의연한 보고서 작성 주력1993년 ‘마누라,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라는 이건희 회장의 일성이 우리나라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렇지만 지난 50년 동안 관리를 중시하던 조직문화는 직원의 자율성을 통제하였기 때문에 조직문화가 쉽게 변하지 않았다.관리를 한다는 것은 다양한 규칙과 통제가 조직 내부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권한과 책임이 이양되는 자율성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이병철 회장의 ‘삼성 1.0’시대 성장의 핵심은 관리였고 중간관리자와 경영진이 관리의 장점을 체득한 세대이기 때문에 조직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지시와 통제보다 자율적인 권한 위임이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절실히 요구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영자는 없다. 조직 전체가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율성 부여와 창의적 사고는 구호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삼성의 모든 권력은 관리부서에서 나오고 주요 계열사의 임원은 관리 출신이 다수를 점한다. 창의성을 독려하면서 현상유지를 주업무로 하는 재무인력이 중용된다.일본 기업을 모방하고 제조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관리조직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혁신과 창의성이 중요한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도 변화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삼성의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관리인력보다 와 마케팅인력이 중용돼야 한다. 관리는 태생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백 오피스에서 업무를 지원해야 하는 관리가 앞에서 조직을 지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현장에 제대로 나가보지 못한 관리자가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무쌍한 글로벌 환경에 대응할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삼성이 내실보다는 외형적인 것을 중시하고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양산하는 것도 관리가 기업의 핵심세력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술자와 현장 전문가는 관리의 보조인력으로 치부된다.기술개발을 해야 하는 기술자가 업계 현황 자료정리, 보고서 작성, 프리젠테이션 자료준비에 시간을 할애한다. 삼성을 떠난 이공계 석·박사 출신과 얘기해보면 입사하고 나서야 자신이 연구개발 업무보다는 영업이나 마케팅 보조문서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삼성의 조직이 제대로 서려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관리부서가 지원부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마케팅, 영업, 기술개발, 생산부서가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한다.기존의 직원을 데리고 하루아침에 현재의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를 180도로 바꾸기는 어렵지만 해외법인과 직원을 활용하면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해외법인에 근무하는 직원은 위험요소이자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이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행동규범과 창의성은 본사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해외에서 근무한 직원은 본사로 돌아와서 현지에서 체득한 로컬문화를 본사에 이식할 필요가 있다. 로컬의 방식이 우수할 경우에는 규범화한 후 본사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법인으로까지 전파할 수 있다.수십 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조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이외에도 다양하다고 본다. 관리의 기업문화를 바꿀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2022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은 '사랑받는 기업되갰다'며 포부를 밝혔지만 2년 6개월 동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삼성의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창의나 혁신보다 현상 유지에 급급한 관리에 경영 초점을 맞춘 삼성에 위기가 도래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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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회장이 1938년 대구에서 창업한 삼성상회 건물 전경 [출처=호암재단]현대그룹에 밀려 만년 2~3등에 머물렀던 삼성그룹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현대그룹이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해체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라이벌 LG그룹도 산업합리화 정책과 보수적인 경영으로 도약을 기회를 상실했다.최근 삼성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 엄살에 불과하다. 물론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영입한 우수 인재가 떠나고 메모리사업마저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한 것은 뼈아픈 현실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초기 삼성맨은 이병철 회장이 관상으로 선발... 이건희 회장은 외부 인재 영입에 주력해 1등 기업으로 부상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은 리더의 뛰어난 자질도 크게 기여했지만 그것보다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큰 목표를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은 '삼성맨'이 있었기 때문이다.삼성맨은 '삼성에 근무했던 직원'으로서 신입직원부터 전문경영자까지 포함한다. 이들의 생각과 노력이 삼성이 성장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고 삼성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의 한 축인 조직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삼성에 들어간 직원이 국내 다른 기업의 직원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 졸업자들이 삼성에 들어가 삼성만의 기업문화를 학습한 후 다른 기업의 직원보다 더 뛰어나게 성장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그렇다면 삼성은 평범한 사람을 채용해 삼성만의 기업문화로 글로벌 인재를 키워냈고 이것이 삼성 기업문화의 강점으로 작용해 뛰어난 성과를 이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기업문화 평가 도구인 SWEAT Model의 DNA 4 조직(organization)의 요소(Element)인 사람(people)에 대한 강점은 삼성의 인재관에서 출발한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30여 년 동안 자신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최종 면접을 볼 때 관상을 보는 역술가를 배석시켰다고 한다.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삼성의 기업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할 관상을 가진 사람은 채용하지 않았다. 합리성을 존중하는 기업이 전근대적이고 미신으로 치부될 수 있는 관상을 믿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이 원칙을 고수했다.튀거나 배반하지 않을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관상을 봤다는 설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인생철학과 기업 경영철학에 부합되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자신의 경험상 어떤 유형의 사람은 자신의 이념과 맞지 않아 효율성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직에서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았던 셈이다.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뿐만 아니라 이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자본 부족 등의 이유로 동업을 많이 진행했기 때문에 사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간파한 것이 아닌가 싶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병철 회장의 시대에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사업을 전적으로 통제했다. 사업의 선택, 돈과 원자재의 배분은 정부가 국가 효율성 차원에서 관리했다.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진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가 쥐고 있다보니 대기업은 기회만 되면 적극적으로 로비해서 일단 사업을 벌였다.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었다.그런 점에서 삼성은 인재를 중시했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인 조직체계를 갖췄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회장실이나 기획조정실 등 계열사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와 같은 조직을 일찍 구성했다.이병철 회장은 1959년 다른 기업이 생각지도 못했을 때 최초로 의전과 재무관리를 담당하는 비서실을 구성했다. 계열사가 늘어나고 사업 규모도 커지면서 회장을 보좌할 전문직원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관상을 중점으로 직원을 뽑은 이병철의 시대에는 조직관리가 무난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시대로 넘어 오면서 사람에 관련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이병철 회장이 관상을 보면서 채용한 직원보다 그의 사후에 관상을 고려하지 않고 뽑은 직원 중에서 삼성의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관상을 보지 않았더라도 그간의 채용기준에 적합한 직원만 뽑았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각종 불협화음은 시대가 변했고 직원의 요구사항이 달라졌는데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결과적으로 보면 이병철 회장이 추구한 관상을 기반으로 한 인재채용이 나름대로 조직발전에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된다.◇ 삼성이 선호한 무색무취형 인재의 한계... 이재용 회장이 영입한 S급 인재의 조직 이탈 심각해이병철 회장의 인재관은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 즉 믿지 못하면 사람을 쓰지 말고,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는 직원 중에서도 한 번 핵심 인재로 분류해 기용했으면 끝까지 함께했다.LG그룹의 구인회 회장은 ‘한 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고 했다. 삼성과 의 창업주 모두 ‘신뢰와 의리’를 중요시했다.삼성은 이병철 회장 때부터 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를 타파하고 능력에 따른 인사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우대하고 능력만 있다면 학력에 관계없이 승진할 수 있는 인사정책을 실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인재관리를 위한 ‘싱글 삼성전략’은 삼성 계열사의 직원 모두가 동일한 기업문화를 공유해 기업활동을 영위함으로써 대외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립한 것이다.삼성은 한국 최고의 기업이고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대기업 중 하나다. 최고의 인재를 뽑으려 노력하고 최고의 인재가 모이는 조직이다.삼성의 대표적인 인재상은 ‘열린 사람’으로 열린 마음, 열린 머리, 열린 행동 등 3가지 요소를 갖춘 사람을 말한다. 열린 사람은 인간미와 도덕성으로 충만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고 한다.과거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열린 사람은 비뚤어진 것을 고치도록 당당히 말하는 용기,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집단과 개인 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 격려하며 이끌어주는 동료애를 가진 사람이다.어찌보면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수식어를 다 가진 사람이 삼성이 바라는 인재상이다. 이러한 유형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봐야 한다.이병철 회장이 조직 장악력을 중시해 관리능력이 있는 인재를 선호한 반면 이건희 회장은 창의적인 외부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공채기수 개념의 인사가 연공서열을 조장하고 파벌을 조성하는 등 조직에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고 판단해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것이다.최고 인재는 삼성은 핵심 인재를 S(Super), A(Ace), H(High potential)로 구분하고 같은 직급이라로 연봉이 4배까지 차이가 난다.최상의 인재로 불리는 S급은 시장에서 능력이 충분하게 검증된 사람이다. 외국의 경쟁사에서 연구개발 능력이 입증됐거나 마케팅, 법률, 행정 등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일군 황창규, 진대제 등은 미국 기업에서 실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스카우트했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일정 직위 이상의 직급을 누린 사람, 고시 출신의 외국학위 소지자, 고위 공무원 출신 등을 주로 영입했다.공채 출신도 애니콜 신화를 일군 이기태 사장 등 삼성전자의 발전에 주춧돌 역할을 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이건희 회장이 영입한 핵심 인재가 삼성의 2차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임원급을 뺀 직원 중에 서울대, KAIST 등의 학벌을 가진 경우는 다른 국내 대기업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삼성도 뛰어난 인재를 위주로 선발하기보다는 오히려 집단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삼성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재를 선택했다고 본다.중요한 핵심 요직에는 ‘검증된 천재’를 외부에서 영입해 배치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직원은 ‘무색무취(無色無臭)’형을 뽑아 기업문화를 빠른 시간 내에 습득시켜 삼성의 시스템에 맞춘다.내부에서만 인력을 양성한 이병철 시대보다 외부 영입을 적절히 혼합해 내부에 긴장감을 조성시킨 이건희 시대가 성과가 높았던 이유다.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영입했던 다수의 S급 인재가 조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급히 떠나면서 혁신의 동력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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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3D 영화인홍보 이미지 [출처=위키피디아]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충우돌(左衝右突) 경제정책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 국민은 가격 상승을 우려해 휴지, 계란 등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중이다.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의 금융시장도 혼란스러운 상태다.미국의 극단적인 통상정책은 우리나라 대기업도 사업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 해외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야 하는지 혹은 어떤 관세대응책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삼성전자 광고의 정체성 논란... 빅스타를 내세우지만 명확한 정체성이나 철학 부재삼성그룹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일부에서 얘기하는 ‘품질에 맞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제조기업’인지, 아니면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기업’인지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삼성전자도 어정쩡한 위치로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만 기업과 같은 전문 제조기업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선진국 기업과 같은 브랜드를 가진 기술기업으로 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2011년 5월 애플은 삼성의 스마트폰이 자사 아이폰의 디자인 등을 모방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둔 스마트폰 및 태블릿의 기본 디자인, 액정 화면의 테두리(프런트 페이스 림), 애플리케이션 배열(아이콘 그리드) 등 3가지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애플은 US$ 10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했지만 1심에서는 손해배상액이 9억3000만 달러로 결정됐다. 삼성전자는 2015년 애플에 5억4800만 달러를 우선 지급했다.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액은 약 3억9000만 달러였다.2018년 5월 미국 캘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5억39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이 배상액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담 파기환송하며 재판은 원점을 돌아갔다.배심원단은 파기환송심에서 디자인 침해는 5억3300만 달러, 유틸리티 특허 침해는 53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결론을 내렸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대법원에 가기 전에 합의를 도출했다.미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출시할 예정인 새 모델 스마트폰의 샘플을 애플에 제공해 모방했는지 여부를 가리도록 명령했다. 삼성이 애플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면서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제품인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은 영혼과 철학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아주 단순하다. 경쟁자가 개척한 시장이 커지기를 기다렸다가 자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을 골라 벤치마킹한다.기본적인 기능 외에 부가적인 기능 몇 개를 추가하고 대규모로 생산해 시장에 출시한다. 제품의 디자인, 기능, 하드웨어 성능, 가격으로 경쟁해 최소한 2등은 할 수 있다.삼성전자를 글로벌 선도기업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이고 1위 기업이 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해외 시장분석가들이 삼성을 단순한 베끼기 전문기업, 백화점식 제조기업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이와 같은 시장 접근법은 마케팅 전략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삼성전자가 애니콜 브랜드인 휴대폰을 대체하기 위해 내세웠던 갤럭시S도 처리속도와 두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스마트폰의 경쟁력은 처리속도나 새로운 기능이라기보다는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있지만 이를 소화할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2011년경 삼성전자가 LG전자와 벌였던 3D TV 논쟁도 기술력 차이에 맞췄지만 소비자들은 가격과 편의성에 더 관심을 가졌다.2011년 4월 대표적 3D 영화인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3D TV 방식의 논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개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G전자의 방식이 좋다고 밝혔다.LG전자가 3D TV시장에서 삼성보다 앞서 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이 치열하게 다퉜던 3D TV 시장은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망했다.삼성전자의 광고는 무조건 화려하고 좋은 위치를 점유하고 노출이 많은 시간대에 집중된다. 광고 내용은 ‘빅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눈길을 끌거나 제품을 나열하는 방식을 선택한다.다른 말로 표현하면 광고의 콘셉트가 일관되지 않다.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빅스타의 이미지나 내세우는 메시지도 보이지 않는다.삼성전자의 광고가 정체성이 없는 것은 광고 대행사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 경영진의 문제라고 지적받는다. 제품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세우는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가 없기 때문에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하지 못한다.세상을 위해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모방해서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 이상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삼성전자의 광고에도 제품과 기업에 대한 철학을 일관되게 내세워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삼성그룹이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 ◇ 세계가 보는 삼성전자의 이미지... 하청에 올인했던 대만기업과 달리 자체 브랜드 육성에는 성공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해외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다. 1990년대 중반으로 가면서 백색가전을 필두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고 반도체 신화를 바탕으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삼성전자가 일반인에게 친숙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일반 소비재인 휴대폰이 급속하게 보급되자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기능으로 무장한 삼성의 애니콜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얻었다.미국, 유럽,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에서도 삼성전자의 브랜드 선호도는 대한민국 국가보다 높다.삼성이 해외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중반 해외에서 만난 외국인 대부분은 내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면 ‘샘성(Samsung)’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고 품질도 삼성전자가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단지 예의상 한국에 대해 알고 있다고 얘기하려다 보니 아는 것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한국에 삼성전자가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까지 진출하고 붉은 악마가 한국의 열정적인 아이콘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덩달아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기업의 브랜드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이제 삼성전자하면 항상 세계 최고, 세계 최초, 세계 최대 등 수식어가 붙는 첨단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삼성은 모든 광고를 이 부문에 초점을 맞췄고 결과적으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는 성공했다.삼성전자의 제품개발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적은 없지만 경쟁제품을 베끼고 시장의 수요에 맞춰 개선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소위 말하면 시장대응 능력이 뛰어나다고 보면 된다.‘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인식이 세계 소비자에게도 어느 정도 각인되고 있는 중이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뒤처지지만 최소한 품질이나 디자인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준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삼성전자가 괄목할 만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는 동안 대만의 경쟁기업들은 선진국 유명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사개발생산(ODM)에 집중했다.삼성전자는 안정적인 하청공장보다는 위험하지만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보면 옳았다. 대만 기업은 일부 저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하청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삼성전자는 한 번 쌓은 브랜드 이미지와 새로운 시장 공략경험을 바탕으로 제품을 늘리고 있어 전자업계의 포식자로 불린다.삼성전자의 먹성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어떤 제품을 타겟으로 정했는지에 따라 전 세계 전자업계의 지각이 변할 것이라고 본다.반도체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전업게에서는 TV, 냉장고, 에어컨, 건조기 등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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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소니(Sony)가 판매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이미지 [출처=홈페이지]국대 최고 대기업인 삼성그룹이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중심에서 비메모리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대만의 TSMC와 한국의 하이닉스마저도 턱밑까지 추격했다. 특히 TSMC는 일본, 미국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조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삼성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맞지만 어떤 기업인지에 대한 정체성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종합백화점인 국내 대기업이 모두 겪는 문제이지만, 국내 선도기업으로 삼성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삼성이 어떤 기업인지 인식시키는 것이다.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은 종합백화점으로 수십 혹은 수백개 계열사를 선단식으로 운영한다. 기업문화 측면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해보자. ◇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혹은 스마트폰 제조기업인지 헷갈려... TV도 전략 제품이지만 브랜드 인지도 떨어져삼성의 대표 브랜드는 무엇일까? 아니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은 무엇일까? 소비자가 삼성전자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삼성은 모든 제품을 만들고 파는 제조기업이자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안파는 제품과 서비스가 없는 백화점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삼성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 DNA 2 요소인 사업(busoness)의 시장(market)에 대한 인식과 마케팅 전략을 개선해야 한다.삼성 고유의 철학이 기업문화에 반영되고 이 기업문화가 마케팅 전략에 반영돼야만 글로벌 삼성의 정체성을 강하게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는 복합적인 불황을 이겨내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게 만든 1등 공신인 것은 틀림없지만 소비재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이미지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삼성전자가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개발 역사만 보더라도 제품의 종류도 많고, 이름도 너무 다양하다.2세대의 대표적 브랜드인 ‘애니콜’도 3세대로 넘어오면서 자취를 감췄다. '갤럭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강조하지만 제품의 종류도 너무 다양하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다 명확한 타겟을 잃었다고 본다.삼성전자의 경쟁사이자 벤치마킹하고 있는 애플은 아이폰 브랜드 하나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은 국내에서는 전문 가전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외국에서는 가전보다는 스마트폰 제조기업으로 알려져 있다.삼성전자가 진입하려다 실패한 일본시장에서 삼성전자 이미지는 가전기업조차 되지 못하고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업일 뿐이다.일본이 비록 중국과 비교해 규모면에서 뒤지지만 고급 제품시장으로서는 미국에 못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시장이다. 고급 가전제품과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다.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브릭스(BRICs)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이 다른 가전제품보다 매출 규모가 크고 이익을 많이 내다 보니 주력제품으로 설정하고 광고에 전념한 결과다.유럽이나 미국에서 삼성의 스마트폰이 먹혀 들고 있어 이 전략이 효과를 봤지만 동일 시장에서조차 가전제품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많은 이익을 냈지만 절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했거나 기술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TV나 다른 가전제품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업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삼성전자가 내세우고 있는 QLED TV만 해도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 TV는 인터넷의 연결로 스마트 TV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포기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전략품목으로 삼아야 한다. ◇ 브랜드보다 제품의 정체성 확보가 우선... 중국업체의 급부상보다 내부 전략 부재가 위기의 주요인삼성전자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의 인식은 반도체나 등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이지, 소비재기업은 아니다. 일본 대표 전자업체인 소니(Sony)는 제조기업에서 소비재기업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기존에 삼성전자의 광고전략은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됐다. 세계 유수의 도시 중심부나 공항 근처에 커다란 옥외 광고탑을 세우는 방식을 선호했다.세계 어느 도시 중심부에 일본 업체보다 더 큰 삼성의 광고탑이 세워졌다는 것을 보도하는 식으로 홍보효과를 극대화시켰다.실제 이 전략은 잘 먹혀서 한국인에게는 자부심을 안겨줬고 외국인에게는 삼성전자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알렸다. 해외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몰라도 삼성을 아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 삼성이 국내외에서 마케팅에 쏟아 붓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전자는 일본 경쟁기업의 1년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광고비로 집행한다.삼성은 브랜드가 필요 없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브랜드가 구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TV, 스마트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광고에 집중했다.가전만 가진 경쟁기업이 구사할 수 없는 마케팅 전략으로 분명 경쟁우위에 있었지만 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운 기형적인 구조라는 평가를 받았다.삼성전자의 광고전략이 돈을 투입한 만큼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미국시장만 보더라도 삼성전자는 소니에 비해 제품의 인지도가 낮다.소니는 삼성전자가 갖고 있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지배력이 높은 편이다. 또한 게임기, 카메라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전자제품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보다 소니의 브랜드 가치가 높고 이를 소비자가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브랜드 광고에 많은 돈을 쏟았지만 소니를 이기지 못했다.일각에서는 아직 브랜드 광고비를 덜 사용해서 그런 것이지 조금만 더 투입하면 충분히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분명 마케팅 전략에 문제가 있다.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가는 장소에 광고탑이나 세우고 무리한 비용으로 브랜드 광고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브랜드보다는 아이덴티티(identity), 즉 삼성전자의 정체성을 알리는 광고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즉 삼성전자가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우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하다못해 스마트폰 광고도 제조기업인지 혹은 통신회사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브랜드는 알렸는데 제품을 알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말이다.삼성전자의 위기는 외부 경쟁업체의 출현이 주요인이라기 보다 내부에서 정체성을 살릴 마케팅 전략이 부재해 유발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즉 스마트폰시장만 보더라도 후발주자인 중국업체의 급성장은 다양한 요인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 애플과 시장을 양분했을 때에 자만해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반성부터 시작해 마케팅 전략을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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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내부고발자인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말한다' 책 표지 [출처=사회평론]최근 금융감독원은 유명무실한 금융기관의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준법제보'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고발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라 변경하는 것은 올바른 대처방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또한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기관 외부에 신고 및 운영 채널을 별도로 두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내부의 온정적 조직문화로 내부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내부통제시스템은 금융기관 뿐 아니라 공기업, 공무원 조직, 민간 기업 등의 각종 내부 부정행위를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직원의 윤리의식을 고도화시키면 내부고발이 필요없겠지만 쉽지 않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20년 이상 내부통제시스템을 연구하며 각종 조직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공개하는 방안, 내부고발을 결정하는 고려요조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신분공개나 익명 여부의 판단... 명확한 증거와 정보의 다운그레이드로 생존 확률 높여야 내부고발자는 자신의 신분을 공개할 수도 있고 익명으로 내부고발을 단행할 수 있다. 익명으로 하는 것은 내부고발 내용이 불법적일 뿐 아니라 고발자의 신원이 알려질 경우 입게 될 피해가 예측될 경우에 적합하다.그렇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익명으로 내부고발을 한다고 그러한 기대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첫째, 내부고발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제보만 갖고도 부정행위가 완벽하게 입증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항상 증거란 인멸될 수 있으며 증인조차 나서지 않으면 웬만한 부정행위는 입증하기 곤란하다.따라서 부정행위를 확인할 증거의 양과 질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에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조직에서 증거 인멸을 하기 어려운 증거물을 충분하게 확보했는지 판단한다.또한 너무나 명백한 증거물이어서 내부고발 대상자나 조직에서 부인할 수 없어야 한다. 조직의 부정행위나 불법 행동에 관한 정보는 일부 인원에게만 개방돼 있을 수 있다.조직 내·외부의 문제 제기 행위가 예상될 경우, 조직은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정보를 파기 혹은 은닉할 수도 있다.따라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모든 기록문서를 복사해 두거나 전자파일을 USB와 같은 별도의 저장장치에 저장해 관리해야 한다.둘째, 익명으로 제보한다고 해도 자신이 내부고발자로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 판단해야 한다. 특정 몇 사람만이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자신만이 알거나 관리하는 자료가 공개된다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사태를 피할 수는 없다.과거 다수 대기업의 내부고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비밀금고의 위치, 비밀금고의 번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정보는 소수 핵심 직원에게만 공개된다.따라서 이런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면 그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직원 중에서 조직에 불만을 갖고 있거나 불만을 가지고 조직을 떠난 직원을 혐의자로 용의 선상에 올린다.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도 정보의 질(the quality of intelligence)로 얼마든지 내부고발자를 추적할 수 있다. 회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회계 관련 용어를 잘못 사용하기도 한다.또한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특정 기술에 관련이 없는 사람이 기술 관련 용어나 영향을 잘못 설명하게 되면 의외로 쉽게 내부고발자의 신분이 드러난다.이렇게 내부의 잠재적 혐의자 중에서 더욱 범위를 축소하며 내부고발자를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중요 문제에 대한 ‘지식위장능력’이 필요하나 이는 전문적인 기술에 해당된다.정보기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정보의 질을 다운그레이드(downgrade)시키거나 정보의 질적 요건을 침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셋째, 조직 내부에서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는 작업을 진행할 경우에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특히 내부고발 행위로 조직이 받는 위험 부담이나 영향이 클 경우 내부고발자를 찾는 방식이 공개적이고 먼지털이식으로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다.모든 직원들을 면밀하게 상담하고 '집단책임' 등을 운운하면서 조직 내부에 유·무형적인 압박을 가할 경우, 내부고발자가 아니라 조직원 간에 내부고발자 색출 작업이 일어날 수 있다.이러한 경우 내부고발자는 심리적으로 더욱 압박을 받게 되며 태연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조직은 다양한 힘과 능력을 가진 조직원으로 구성돼 있다.내부고발자는 조직의 치밀한 공개 검증을 통해 색출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헤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멘토나 외부의 조력자와 심리적인 상담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다양한 위협 요인과 정서적 침해 요인들을 여과(filtering)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익명으로 내부고발행위를 단행한 경우에 생존에 매우 중요한 부문이 된다.넷째, 결국 자신이 내부고발자로 밝혀지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준비해둬야 한다. 명확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조직이 자신을 내부고발자로 묵시적으로 결정하면 대처 방안이 있어야 한다.조직의 냉대와 동료와 소외 등으로 조직에서 명시적으로 퇴사를 권고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계속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을 하는 와중에 결정적인 증거나 나오거나 너무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스스로 내부고발자로 시인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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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인점 및 편의점을 운영 중인 홈플러스 본사 전경 [출처=홈페이지]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대기업으로 불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며 오히려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삼성전자는 가전과 메모리반도체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피처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미국의 애플에 밀리기 시작했다.삼성전자는 다양한 모델의 갤럭시 시리즈로 아이폰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특히 저가 시장마저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우리나라 대기업은 1980~90년대 저가를 무기로 선진국 시장을 뚫었지만 명확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세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경쟁에서 밀렸다. 결정적인 패인은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 분석된다.◇ 마케팅은 기업 실적의 원동력...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사업도 창의적 마케팅 노력 없으면 실패국내 대기업은 주로 소위 말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독점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 중 하나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논리를 도입했다.정부는 대량생산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허가권으로 신규 진입을 막아줬고 보조금과 세금감면 정책으로 대기업을 지원했다.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장벽도 쌓았다.높은 관세, 까다로운 품질검사, 세무조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다.기업도 기술력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저가의 노동력 확보와 공장설비 투자로 인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재료 구입에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계열사를 세웠고 선단식 경영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용했다.공급에 비해 항상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위한 마케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제품을 만들면 재고로 쌓아 둘 시간도 없이 팔려나가던 사업하기 편한 시절도 있었다.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뿐만 아니라 사업도 공무원이나 관련자에게 적당한 뇌물만 제공하면 사업권을 딸 수 있어 마케팅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국내 대기업이 편하게 사업하면서 덩치를 키운 것이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몰고왔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 2000년대 이후에는 마케팅에 큰 관심을 가졌다.외부에서 영입한 뛰어난 인재를 기업의 어떤 부서보다 우선해서 배치했고 마케팅 전략의 수립을 위한 아이디어 창안도 중시했다.국내 다른 대기업과 동일한 성장 이력을 가진 삼성그룹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마케팅’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는 이후 다른 기업이 휘청거리며 망해가는 와중에도 월등한 실적을 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조직의 목표가 정해지면 앞뒤 보지 않고 돌진하는 삼성의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도 좋은 결과를 낸 요인이다. 앞으로 더욱 더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많은 연구와 관심이 절실하다. ◇ 신사업 실패는 마케팅 전략의 부재... 제조에는 강하지만 서비스에는 약한 삼성의 기업문화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변하지 않는 법칙으로 ‘고위험 고수익, 저위험 저수익(high risk high return, low risk low return)’이 있다. 덩치가 큰 대기업은 위험은 크지만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에 투자해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그러나 국내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잘하고 있거나 중소기업이 열심히 투자해 상품이나 사업모델을 검증하고 나면 시장에 재빠르게 진입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wer) 전략을 추진한다.일단 시장에 진입을 하고나면 우월한 자본력을 앞세우거나 정치권력과 유착을 무기로 진입장벽을 쌓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을 송두리째 장악해 선행 사업자인 중소기업을 고사시킨다.일부 전문가는 합법을 가장한 '약탈'이라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이 방식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그동안 실패한 사업으로는 자동차 제조, 유통업, MP3 등이 있다. 시장에서 검증된 사업이지만 실패했다.우선 삼성의 가장 큰 실패작은 자동차 사업이다. 당시 현대그룹, 대우그룹,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의 기업이 자동차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었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사업권을 획득했다. 국내 시장 판매보다는 해외 수출로 국부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막대한 부실만 남기고 파산했다.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만 건설하다 보니 자동차 조립공장도 그런 식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공장을 방문하면 라인 가동을 중지하고 소방차로 공장 바닥을 청소해 먼지 하나 없이 만들었다는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결국 삼성자동차는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채권단은 2조450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등의 주식을 담보로 내놓았다.다음으로 삼성이 미래의 성장산업이고 기술력도 필요하지 않아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가 실패해 못내 아쉬워하는 부문이 유통업이다.1999년 영국의 테스코(Tesco)와 합작으로 삼성 테스코를 설립해 홈플러스라는 할인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신세계의 이마트, 롯데의 롯데마트에 완패해 지분을 매각했다.홈플러스는 2015년 한국 사모펀드인 MBK에 7조2000억 원에 매각됐다. MBK는 알짜 점포를 매각해 인수자금을 갚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다가 부도 위기로 내몰렸다. MBK와 홈플러스는 2025년 3월4일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즉각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국민연금과 부동산 펀드 등에까지 확산 중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음악파일을 재생시키는 디지털기기인 MP3는 대한민국 벤처기업 레인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킨 제품이다. 기존의 테이프 레코드 시장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키고 음악시장을 재편한 획기적인 제품이다.기술력이 필요 없는 제품이었고 레인콤이 내부 분쟁으로 주춤하는 사이 메모리에 장점을 가진 삼성전자가 뛰어들었다.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결국 시장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결국 이 시장은 싸움을 지켜보던 애플이 아이팟(iPod)이라는 제품을 들고 나오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가정왕국으로 불리던 삼성전자도 물을 먹은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애플의 아이팟도 사리지고 있다.몇 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혁신하지 않고 모방만 한다면 검증된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추진하는 신사업에서 혁신하는 것은 사업 아이템과 기업문화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만 한다.제조에는 강하지만 서비스에는 약한 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다. '복제에는 강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약한 것'도 삼성의 기업문화다.위에서 열거한 3가지 사업 모두 후발주자라는 나름대로 이점을 갖고 있지만 창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다. 요즘 청년들이 선호하면 표현을 빌리면 ‘딱 거기까지’라는 한계에 봉착했다.삼성이 지난 20여 년 동안 도전했던 신사업의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 앞으로 삼성이 신사업을 선택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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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글로벌 선도기업은 물론 ‘일반 사기업도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사업을 통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것 외에도 기업 자체가 사회의 일원인 ‘기업 시민’이므로 기업 시민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기업문화를 형성하는 비전(vision) 중 사회적책임(CSR)도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이 점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대기업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기업의 사회적책임이란 납세의 의무, 준법 의무, 도적적 의무, 환경보전의 의무, 근로자 건강보호의 의무 등을 모두 포함한다.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인식이 위상에 비해 낮고 인위적인 여론을 핑계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은행(Triodos Bank)의 내부 전경 [출처=홈페이지]◇ 장기적 측면에서 사회적책임이 기업의 생존 좌우... 모든 사회구성원과 공존공영하겠다는 자세 중요2010년부터 국내에서 급부상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겠다.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이익과 합치한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결과다.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실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성장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재단을 설립해 사회복지활동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동양에서 가진 자가 자손을 위해 음덕을 쌓는 행위의 일부분으로 행해져왔다.중국, 일본, 한국은 동일 문화권으로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다. 음덕을 베풀면 그 덕이 자손에게 미친다는 생각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촉진시키는 바람직한 동인(key driver)이다.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논하는 것은 기업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기업이 단기적으로 이윤을 내지 못하면 망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윤을 많이 내더라도 사회적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외면당해 망한다. 기업이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눈앞의 단기 이익에 목숨을 거는 서구 자본주의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구 기업이 먼저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제기했다.기업의 사회적책임은 양질의 제품을 만들고 준법경영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의 복리후생, 사회적 약자의 채용, 환경보전의 책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일본의 선진기업에서는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모델을 계속적으로 바꾸는 것도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의 모델을 빈번하게 바꾸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산업폐기물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아직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한국 기업에게는 뚱딴지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에 부합하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할 가치는 충분하다.우리나라 역사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가장 잘 실천했다고 평가받는 경주 최 부잣집의 가훈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것도 사회적 책임을 중시한 것이다.최 부잣집이 ‘부자 3대 없고, 거지 3대 없다’는 속담이 일맥 통용되는 한국에서 15대에 이르기까지 만석꾼의 살림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 구성원과 공존공영하려는 착한 부자였기 때문이다.네델란드 트리오도스 은행(Triodos Bank)은 기업이나 개인의 사업 내용이 좋고, 계획이 완벽하다고 해도 사회적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평가되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1980년 설립된 이후 40년 이상 매년 10% 이상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적은행(금융)이다. 주주들은 주식신탁제도를 활용해 은행에 의결건을 위임해 지속적으로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이 은행은 설립 후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사회적책임을 인식하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고 망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사회적 책임을 단순히 준법경영을 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주주와 종업원에게 이익을 골고루 분배하는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사회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기술개발, 인류의 생명과 발전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공존공생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 일부 언론 보도의 대기업 봐주기 논란도 도움되지 않아... 초과이익공유제도 양극화 현상 타파에 필요우리나라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은 모두 진실하거나 진정한 여론은 아니다. 언론은 보도의 공공성을 잃은 지 오래다. 그동안 주류 언론은 대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 위주로만 보도했다.대기업이 하면 모든 것이 잘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고 실제로 대기업의 이미지는 급격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대기업을 위한다고 하는 보도 자세가 사회적책임에 대한 인식을 그르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좋은 기술만 개발하고 이익만 많이 내면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이해되고 사회적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학교 성적이 지상과제인 우리나라 학생에게 공부만 잘하면 예의나 소양이 부족해도 다 용서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대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공부가 지상과제일 때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소소한 잘못은 용납되지만 기업의 경우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잘못이라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대기업은 산업화 과정을 통해 국내 경제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더욱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사소한 문제라도 일으켜서는 안 된다.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주장하는 초과이익공유제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중소벤처기업에 비해 대기업 임직원의 임금이 과다하다는 논란도 한번쯤 고민할 필요성은 있다. 분명 대기업 임직원은 일반 기업보다 우수한 인력으로 구성됐고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왜곡된 노동시장의 급여 수준을 설명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에서 성과급을 포함한 총 급여의 수준은 해당 급여의 상대적 위치로 외부경쟁력을 의미한다.대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보상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직원의 동기부여와 조직에 잔류의사 결정을 유도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왜곡된 급여 구조는 노동시장의 질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노동의 유연성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그 부작용은 대기업 스스로에게 돌아가게 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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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을 강조하며 대기업 우선의 성장정책을 펼쳤다. 표과가 없어 사장됐던 용어를 다시 꺼집어 낸 것은 2022년 권력을 쥔 윤석열정부였다.2022년 7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규제·세금 완화, 기업 투자 제고, 경제 활성화, 세수 확충이라는 낙수효과로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기업에 대한 규제완화·감세로 투자를 이끌어내고 고용을 창출하며 소비가 증가하는 경제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 낙수효과의 목표다.대기업은 윤석열정부의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낙수효과로 좋아졌다는 징후는 찾아보기 어렵다.오히려 대기업의 편중이 심화되며 지속가능 성장의 기반이 붕괴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기업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 삼성문화 4.0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표지 [출처=글로세움]◇ 창업주의 동업 실패가 협력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제공한 요인... 2~3세 경영철학도 바뀌지 않아최근 삼성그룹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가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 많은 협력업체와 공조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배려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의 불공정한 거래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이 협력업체와 삐그덕거림은 이병철 회장의 초기 동업의 실패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동업에 대한 생각과 철학, 행동방식이 상생하지 못하는 기업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은 경상남도 의령군에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건강상의 문제로 학업을 중단한 채 귀국해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시작했다.물산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쌀과 건어물 등을 사들여 만주나 일본으로 파는 무역업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일본은 중일전쟁을 일으켜 전쟁물자가 부족했고, 만주도 일본군이 군수물자를 조달하면서 수요가 많았다.식민지 조선에서는 일본의 곡물수탈 정책에 따라 쌀의 매입이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과거의 전력 때문에 삼성은 일본의 조선식민지 정책의 수혜자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지만 약간 억지로 보인다.일본이 중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상회의 사업은 번창했다. 해방 이후인 1948년에는 서울로 활동무대를 옮겨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했다.해방 이후 열악한 국내 산업시설과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던 소비재 수입을 위해 무역업에 주력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6·25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전란으로 초래된 물자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수입대체 정책을 잘 활용했다.1950년대 초 설립한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은 밀가루, 설탕 등 수입에 의존하던 생활필수품을 국산화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1960년대 들어 삼성은 정부의 경제계획에 재빠르게 편승했다. 당시 정부는 후진적이고 소규모인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몇몇 업체에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신규 업체의 진입을 규제하는 방식을 취했다.정부 정책에 따라 재벌기업은 어떤 산업이라도 무조건 진출해보자는 식의 전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재벌의 문어발 기업경영의 출발점이 됐다.재벌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 1980년대 조선과 전자산업 등의 영역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됨으로써 관련 계열사를 계속해서 늘릴 수 있었다.1979년의 2차 오일 쇼크, 1980년대 초 3저 현상도 국내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1986년 아시아게임,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국가이미지가 상승되면서 대기업도 해외시장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이병철 회장의 초기 경영 특징 중 하나는 위험부담 회피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업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1962년 LG그룹 구인회 회장과 동양를 같이 인수하면서 동업을 시작했다.하지만 양측에서 파견한 직원 간 의견충돌이 잦아지자 구인회 회장은 '돈'보다는 '인간관계'가 우선이라면서 지분을 정리하고 떠났다. LG는 인화경영을 중시한다.효성그룹의 조홍제 회장과의 동업은 더욱 복잡하고 길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 두 사람은 1949년 삼성물산공사, 1954년 ㈜제일모직공업을 같이 설립했다.1960년 3월 동업관계가 정리되었지만 지분에 대한 다툼은 오래 지속되었고 1965년이 되어서야 종결됐다. 조홍제 회장은 이병철 회장이 갖고 있던 한국타이어와 한일나일론의 지분을 받는 대가로 제일제당 등의 지분을 포기했다.2000년 발간된 조홍제 회장의 회고록 『나의 회고』에 이병철 회장과 동업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이병철의 집필한 『호암자전』과는 다른 내용이 있어 진위 여부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이병철 회장은 1950년대 중반 제일제당의 설탕을 독점판매하던 동양그룹의 이양구 회장과도 동업을 진행했다. 이들의 관계는 1956년 이양구 회장이 삼척시멘트 인수를 주장하면서 무너졌다.이양구 회장은 정부의 경제재건 계획에 따라 시멘트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견하여 인수를 주장했지만 이병철 회장은 반대했다.결국 이양구 회장이 제일제당의 주식을 팔고 삼척시멘트를 독자적으로 인수해 동양세면트로 상호를 변경했다. 그러나 이후 동양세면트는 사업환경 악화에 따른 경영부실로 동양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결국 경영 측면에서 보면 이병철 회장의 인수결정 반대가 옳았다고 본다.기업문화에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병철 회장이 어떤 이유에서든 동업자와 오래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거나 불만족하게 동업을 청산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삼성에 상생의 기업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것은 사업 초창기 창업주의 경력과 고집이 반영됐다고 본다. 삼성 내부에 ‘내가 최고’, ‘나만이 옳다’는 제일주의가 팽배하면서 파트너와 협력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상생 마인드가 부족한 기업문화는 삼성의 사업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병철 회장 이후 2대인 이건희 회장, 3대인 이재용 회장도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답습해 개선되지 않았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사회주의 용어라고 비판받아...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동물' 신세가 된 중소기업한국 대기업은 사업 전망이 불확실하거나 사업 규모가 작을 때는 협력업체에 맡기다가 사업성이 확실하게 보이면 바로 합병하거나 회사를 설립한다.기술이 괜찮은 벤처기업이 있으면 어떻게든 독점 납품계약을 체결한다. 처음에는 매출을 보장해주다가 납품업체를 다변화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줄여 나간다. 혹은 매출을 보장해주는 댓가로 터무니없는 원가절감을 요구한다.핵심 기술자를 스카우트해 위장 협력업체를 차려 기존 협력업체를 고사시키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협력업체와 분쟁이 빈발한다.특허권을 침해했다는 불평에서부터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물량 줄이기, 거래단절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소위 말하는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대기업 우선주의 정책으로 변질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더 열악해졌다.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해 오히려 납품단가를 더 올려 받아야 하지만 대기업은 수출채산성을 들먹이며 납품단가를 강제로 깎기 일쑤다.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환율정책을 유지했지만 그 혜택은 대기업에만 집중됐다.당시 이명박정부는 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하고 이익을 내면 중소기업도 덩달아 돈을 벌고 국민소득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해야 한다. 대기업은 제품 기획력과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초과이윤을 창출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대기업의 불합리한 중소기업 처우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례로 입증할 수 있다. 대기업은 덩치가 크고 위험을 회피하기 때문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2011년 이명박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들고 나온 것도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한 것이다.사회주의 용어라는 비판에서부터 협력업체가 너무 많고 비중을 측정하기 어려워 이익을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당시 여당의 주요 정치인, 보수 언론, 보수 경제학자 등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반대했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이라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지만 무조건 반대했다. 그러나 용어의 적절성 논란을 뒤로 한다면 시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국내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를 동물원의 ‘사육사’와 우리 안에 갇힌 ‘동물’에 비유한다.사육사는 갇힌 동물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먹이는 주지만 관리하기 힘들 정도로 충분히 주지는 않는다. 야성을 잃은 동물의 능력이 서서히 퇴화하듯이 제품개발과 경영혁신의 열정을 잃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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